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최근 현대차그룹의 미국 자율주행차 업체 액티브와의 합작회사 설립 협약은 미래에 대한 흐름이 얼마나 빠르게 진전되는가를 가늠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적지 않은 약 2조4천억 원의 투자금을 각자 부담하면서 매머드급 신기술을 개발 보급하자는 취지는 그만큼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는 약 2년 전 삼성전자가 미국 오디오 및 인포테인먼트 등의 선두 주자인 하만을 9조3천억 원에 전격 인수한 사례와 같이 ‘신의 한 수’라 할 정도로 확실한 미래 방향을 잡았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최근 자동차의 방향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움직이는 생활공간, 움직이는 가전제품이라고 할 정도로 큰 변혁기라고 할 수 있다. 과거 10년보다 앞으로 1년이 빨리 바뀔 정도로 기술의 집적도가 높아지고 있고 자동차의 쓰임세가 크게 바뀐다는 뜻이다. 미래는 전기차와 수소 연료전지차, 자율주행차, 그리고 카셰어링이나 라이드 셰어링 등 공유경제가 융합되면서 미래의 가치와 비즈니스 모델이 크게 변모하고 산업 생태계도 크게 변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율주행차용 라이드 센서 등 고부가가치 부품을 만드는 기업이나 자동차용 시스템 반도체 즉 비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도 주도권을 쥘 수도 있으나 가장 위협적인 기업으로 판단되는 경우는 인공지능을 포함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업이다. 우리가 일명 ‘GAFA’라고 하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그리고 아마존닷컴이라고 하는 기업은 미래 자동차용 소프트웨어에 큰 비용을 지불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규제 일변도의 포지티브 정책이 바닥에 깔려있다 보니 모든 것이 국내에서 기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자동차산업은 고비용 저생산, 저효율, 저수익인 1고 3저가 보편화돼 있고 강성 노조의 이미지와 각 기업의 장점이 뭉친 시너지 효과도 내지 못해 선진국 대비 낮은 기술 수준도 많다. 친환경차 분야는 많이 따라갔으나 선진국 대비 약 90% 수준으로 평가받아서 2년 정도 격차가 있고, 자율주행차 분야는 아직 75% 수준 정도여서 4~5년 격차가 있다. 

그래서 이번 합작회사 설립은 더욱 의미 있고 반가운 단비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자율주행차 분야는 현대차그룹의 입장에서는 더욱 기술적 격차가 선진국 대비 커서 낙후된 분야를 올릴 절호의 기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현금이 부족인 액티브와 자금은 있으나 해당 기술이 약한 현대차그룹이 만난 이유도 있지만 더욱 큰 것은 미래를 지향하는 양사의 입장에서는 더욱 융합적인 시너지가 중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기회가 현대차그룹은 균형 잡힌 미래 자동차를 구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동안 시스템 반도체나 해외 공유경제 모델에 대한 투자는 물론이고 각종 원천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인수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고 이번에 가장 큰 대어를 낚았다고 할 수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로 본격 바뀌면서 이러한 면모는 힘을 받고 있고 미래 흐름을 인지하고 먹거리 확보에 큰 진전이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차 수준이 더욱 글로벌 수준으로 바뀌면서 인기 최고의 가성비 좋은 신차가 쏟아지고 있다. 

더욱 큰 그림을 그리고 자동차 융합을 위한 적과의 동침을 더욱 가속화하기를 바란다. 특히 해외 기업과의 연계도 가릴 때가 아니지만 가성비 높고 첨단 기술을 가진 국내 그룹과도 새로운 움직임을 가속화하기를 바란다. 국내의 기업끼리 시너지를 낸다면 정부도 연구개발비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만큼 시너지를 내라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이 더욱 확실하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연착륙 모델을 촉구한다. 정부의 생각부터 큰 그림으로 바뀌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랑받는 현대차그룹으로 더욱 성장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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