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인천시장을 두고 대시민 행사 운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작은 취임 1주년 행사부터다. 취임 1주년을 한 달여 앞둔 지난 5월 30일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가 터졌다. 이날 인천 공촌정수장에 물을 공급하는 서울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의 전기설비 검사 때 수돗물 공급 체계를 전환하면서 기존 관로의 수압을 무리하게 바꾸다가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탈락해 발생한 것이다. 적수 사태는 민선 7기 인천시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되는 7월 1일에도 계속됐다. 박 시장은 적수 사태로 취임 1주년 행사를 취소했다. 1주년 기자회견도 적수 사태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는 걸로 대신했다. 적수 사태는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난 8월이 돼서야 진정됐다.

인천시민의 날 행사도 취소됐다. 시는 오는 10월 15일 ‘제55회 인천시민의 날’을 맞아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남동구 구월동 시청 앞 광장에서 기념행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특히 12일에는 인천애(愛)뜰 개장식도 열려고 했다. 인천애뜰은 박남춘 시장의 공약이자 ‘1호 지시사항’으로 남동구 구월동 시청 앞에 담벼락을 허물고 시민에게 열린 광장을 선물한다는 취지로 현재 조성 중이다.

그러나 태풍 ‘링링’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인천지역을 강타해 행사는 무산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박 시장은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박 시장은 지난달 30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30 미래이음 복지·가족·교육 분야 발표’에서 "사실 요새 시장이 덕이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자꾸 든다. 많이 힘들다"며 "취임 1주년을 맞아 자랑을 좀 하려고 했는데 수돗물 사태가 터지고 나니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인천시민의 날에는 미래이음이라는 비전을 시민과 함께 그리려고 했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행사가 취소됐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박 시장은 훌륭한 시민들 덕분에 용기가 난다고 했다. 그는 "국가에 더 큰 재앙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화 돼지농가 주민들이 자식같이 키웠던 돼지를 모두 살처분하는 데 동의해줬다"며 "저는 자랑스러운 시민들을 뒀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잘 극복하리라는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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