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환상으로 바꾸는 마법의 붓놀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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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환상으로 바꾸는 마법의 붓놀림에 빠졌다
동두천여자중학교 아츠히어로
  • 박종대 기자
  • 승인 2019.10.04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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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개교 50주년 역사를 자랑하는 동두천여자중학교는 예로부터 고장의 중심지로 알려진 생연동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사립 명문 학교로 널리 이름을 떨치고 있다.

동두천여중은 오랜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학교답게 내세울 게 많지만 학생들의 재능기부로 탄생한 원도심 골목 담장 벽화는 으뜸으로 꼽힌다. 학생자율동아리 ‘아츠히어로’는 바로 그 중심에 서 있다.

생기발랄한 사춘기 여중생 18명이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쇠락해 가는 원도심 주택가 골목길 담장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동두천여중 아츠히어로 회원들.
동두천여중 아츠히어로 회원들.

# 지역사회에 빛과 소금 되는 동아리 활동

이 동아리 학생들이 그린 골목길 담장 벽화는 학교 정문 앞에만 가도 금세 찾을 수 있다. 

야트막한 언덕 꼭대기에 터를 잡고 있는 동두천여중 교문을 향해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꾸불꾸불한 골목길이 보인다. 이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 우리에게 익숙한 명작동화 속 주인공과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 캐릭터 그림을 만날 수 있다. 한때 황금기를 누렸던 동네가 세월이 흐르면서 노후화됐지만 학생들이 그린 그림으로 생기를 되찾게 됐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신데렐라를 비롯해 카카오톡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라이언과 무지, 어피치, 콘 등 이모티콘 캐릭터가 주택가 뒷골목 담장에 살면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반기고 있다.

2014년 3월 구성된 이 동아리는 올해로 활동 6년 차를 맞아 지역사회와 학교에 ‘빛과 소금’이 되고 있다.

동아리 활동은 크게 벽화 봉사활동과 프로젝트 디자인, 순수미술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아츠히어로 동아리 학생들이 벽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아츠히어로 동아리 학생들이 벽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벽화 봉사활동은 2014년 동아리를 출범할 당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동두천시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열악한 골목을 밝게 바꿔 보자는 취지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중앙동 벽화 작업으로 동네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5월부터 6월까지 두 달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학생들이 ‘추억의 만화골목’이라는 주제를 정해 1970∼80년대 만화로 벽화를 그렸다. 인기 명작 만화로 유명한 ‘은하철도999’, ‘둘리’, ‘빨간머리앤’, ‘검정고무신’ 등이 담장을 채웠다.

이곳은 병원이 있는 지역이고 낙후된 동네인데, 벽화 작업 당시에 병원 환자들이 예쁘게 그렸다며 손주 같은 학생들에게 용돈을 건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벽화 봉사활동은 동아리 부원 18명이 전원 참여한다. 한 번 나가면 10시간가량 하며, 보통 200m 구간을 작업한다.

# 소통의 청소년 실천미술

프로젝트 디자인도 있다. 학생들이 사회 참여 주제를 통해 창의적이고 우수한 아이디어를 상품디자인 아이템으로 이끌어 낸 뒤 이를 직접 기획 및 제작·판매·기부하는 과정까지 주체가 된다.

아츠히어로 동아리 학생들이 벽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아츠히어로 동아리 학생들이 벽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진로 및 인성교육의 효과를 높이고, 학생들 스스로 능동적인 태도로 인생을 설계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경험을 쌓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디자인을 주제로 배지·머그컵 등 소품을 제작한 뒤 이를 학교 축제 때 프리마켓을 열어 판매했다. 친구들과 학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 총 400개 상품을 모두 판매하는 데 성공, 80만 원가량의 수익금을 생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인 광주시 퇴촌면 소재 ‘나눔의집’에 기부했다.

올해 프로젝트 디자인은 청소년 미혼 한부모를 위한 디자인을 준비하고 있다. 어느 날 엄마가 된 학생이 느낄 수 있는 두려움과 부담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이 돼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기획을 시작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을 위해 제작한 배지 상품.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을 위해 제작한 배지 상품.

청소년 미혼 한부모가 홀로 설 수 있도록 인식 개선 캠페인을 열려고 한다. 사회적으로 청소년이 임신했을 때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옳은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메시지가 담긴 소품에 굿즈 디자인을 넣으려고 한다.

지난 5월 대기업 산하 사회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미혼 한부모를 지원하는 프로젝트 강연회에 모두 초청받아 심층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 소확행을 실천하는 동아리

동아리 학생들은 다양한 미술을 경험하기 위해 팝아트 명화 그리기, 일러스트 그리기 등 순수미술활동도 진행한다.

학원에서는 입시에 맞춘 미술을 교육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좁은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동아리에서는 자유롭게 원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기 때문에 넓은 시야를 갖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방과 후 참여하는 동아리 활동임에도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자신만의 미술을 즐기고 있다.

아츠히어로 동아리 학생들이 벽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아츠히어로 동아리 학생들이 벽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미술 실력까지 키우면서 대회 수상도 이어지고 있다. 동두천예총이 개최하는 ‘소요산미술대전’에 참가해 우수상·특선·입선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갖춘 학생도 배출하고 있다.

2년째 동아리 활동 중인 윤다연(3년)양은 "초등학생 때 웹툰을 보고 우연히 관심을 갖게 돼 장래희망으로 웹툰 작가를 꿈꾸고 있다"며 "동아리에 가입해 미술 디자인을 직접 해 보고 다른 사람의 디자인을 보면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벽화 작업 등 다른 학교 동아리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경험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동아리에 들어온 박지혜(3년)양도 "학원에서는 입시미술 위주로 가르치는데 동아리에서는 창의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어 좋다"며 "수업이 끝나고 하는 동아리 활동임에도 학교에서 진행하는 활동 중 가장 즐겁다"고 만족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사진=<동두천여자중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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