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연애시절에는 그렇게도 다정다감했던 그가 결혼 이후에는 회사일로, 친구들과 만남으로 늦은 밤이 돼서야 집에 들어오곤 했습니다. 못마땅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뒤로 아내는 더욱 분주해졌습니다. 그래도 남편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가족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라고 했지만 아내는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때로는 많이 외로웠습니다. 한밤중에 감기가 심해 숨쉬기조차 힘들어하는 아이를 안고 홀로 응급실로 달려갈 때는 외롭고 서러워서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된 뒤에야 남편은 비로소 알았습니다. 젊은 시절을 그렇게 보낸 자신의 삶이 후회스러웠습니다. 아내에게 미안했습니다. 아내가 힘들어 할 때 곁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을 너무 늦게서야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고마웠습니다. 그런 자신을 아직까지도 버리지 않고 함께 살아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사랑은 그저 옆에 함께 있어주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문제 모두를 해결해줄 수는 없겠지만, 그냥 옆에 있어줄 수는 있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자신이 힘겨워할 때,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곁에서 함께 울어주고 있으니까요.

「인생수업」에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인 ‘죽음의 순간’에서조차도 누군가가 곁에 있어주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깨달을 수 있는 일화가 나옵니다.

"여섯 살 된 딸인 보니를 엄마는 이웃집에 맡기고 일을 나갔다. 보니가 정원에서 놀고 있을 때 자동차가 보니를 덮쳤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보니는 죽어가고 있었다. 경찰은 할 수 없이 보니를 꼭 보듬어 안아주었다. 병원에 옮겨진 후에 의사들과 간호사들 모두가 보니를 살리려고 애썼지만 결국 보니는 사망했다. 보니의 엄마가 도착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자신들이 보니를 살리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엄마에게는 그 말이 위안이 되지 못했다. 

엄마가 친척에게 전화하려고 공중전화부스로 갔다. 그곳에서 보니를 안아주었던 경찰관을 만났다. 그가 아이엄마에게 말했다.

"따님이 그때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엄마는 이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마음의 평정을 찾았다. 딸의 마지막 순간에 비록 낯선 사람으로부터라도 딸이 사랑을 느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커다란 위안이 된 것이다."

박재희 교수는 「3분 고전」에서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려서 그 기능을 제대로 못한다’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요즘 소통의 부재와 공멸 문제를 많이 지적한다. 노사 간 소통은 단절되고 가족 간의 소통 역시 단절돼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이런 난세에도 어려울수록 끝까지 의리를 지키고 상생을 추구하는 가정과 조직만큼은 살아남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러니 누군가 옆에서 나를 돕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잘할 수 있고 잘될 수 있었다고 여기면 모든 이들에게 감사할 수 있다. 그러니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외쳐보라. ‘당신이 없으면 내 인생은 추울 것이다’라고."

사랑하는 관계는 이와 입술처럼 하나가 시리면 다른 하나까지도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관계입니다. 이와 입술의 관계처럼 인간관계도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으면서 자신의 역할로 상대를 지켜내고 성장시키는 일을 기꺼이 그리고 즐겁게 할 때 신뢰가 생기고 소통도 원활해지겠지요. 

누가 지었는지 모르는 시 한 수를 전해드립니다.

"서로의 가슴 채우기에 /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 딱 그만큼의 사랑이었으면 해. / 내 안에 그대가 살아 숨 쉬는 동안 / 미안하다는 말보다 / 이 말을 더 하며 살고 싶어.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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