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옥 인천시 북부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 학교폭력 전문 상담사
안홍옥 인천시 북부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 학교폭력 전문 상담사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2019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초·중·고교생은 총 6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 명이 많았다. 학교폭력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초등학교였다. 학교폭력이 연소화 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유형별로 보면 언어폭력과 집단 따돌림이 sns를 통해 결합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체 피해 유형 가운데 언어폭력이 35,6%로 가장 많고 집단 따돌림이 23,2%, 사이버 괴롭힘이 8,9%이다.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사이버 괴롭힘(8,9%)이 신체폭력(8,6%)과 스토킹(8,7%)을 모두 앞질렀다. 

실제로 학교폭력 사안으로 정식 접수돼 처리되는 것은 매년 증가세에 있지만 지난해 대비 올해 1학기 동안 증가세는 2018년의 증가 비율보다 다소 완화됐다. 이것은 그동안 예방교육과 사안 접수 시 소위 은폐, 축소 없이 엄격한 처리로 억제력이 증진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 정식 사안 접수가 아닌 사소한 것도 피해 경험만을 묻는 컴퓨터 질문에서는 언어폭력이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실제 사안이 접수돼 학교폭력 전담반의 자체 조사와 자치위원회 심의 의결을 거치는 등 정식 처리한 것은 폭력을 수반하는 신체폭력이 약 63%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 63%를 차지하는 신체폭력이 발생하게 된 원인은 대부분이 언어폭력과 SNS 상에서 상대를 비방하거나 헛소문을 퍼뜨리는 등으로 상대를 먼저 자극함으로써 비롯된 것임을 감안하면 우선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성숙한 SNS 사용과 언어 사용이 되도록 예방교육을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필자가 전문상담사로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학교폭력의 가·피해 학부모는 물론 이를 처리하는 선생님들과의 상담과 통계를 관리하면서 안타깝게 느낀 것은 학부모들이 학생 간 발생한 사안 처리에 학교를 믿지 않고 지나치게 깊게 개입해 서로 간 상처가 아물기보다는 끝이 없는 전쟁을 계속하는 경우이다. 학교폭력은 2004년에 최초로 제정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되는데 이 법의 입법취지는 범죄자를 처벌함으로써 일반예방을 하고자 하는 형법과는 달리 피해학생의 신속한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를 위한 법이다. 2011년 대구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투신자살 사건을 계기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폭 개정됐으나 이 역시 교사의 교육적 처리의 자율성을 너무 제한하고 학교가 사법화(司法化) 법정화(法庭化) 되는 등 문제점이 노출돼 올해 다시 학교장의 자율적 처리 범위를 넓히고 각 학교별로 운영하던 학교폭력 자치위원회를 교육지원청으로 옮겨 전문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필자가 보기에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교육부의 관련 업무지침은 학생과 교사들의 기본권과 방어권 보장, 피해 학생 보호와 피해회복, 가해학생에게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아니했거나 상습적인 사안이 아닌 한 가혹한 처벌보다는 자존감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소위 ‘합리적 수치심’을 줘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반성해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소통능력을 향상시키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 끝에 정교하게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본다. 그런데도 피해학생 부모는 가해학생을 가혹하게 처벌해 주기만을 바라고 가해학생 부모는 철없는 학생들 간에 일어난 일인데 학교에서 교육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마치 중범죄자 취급을 한다고 반발한다. 

또 학교 관계자가 처음부터 편향적 선입견을 갖고 사안 처리를 했고 불친절하다고 반발하는 사례가 있다. 예전에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 측에서 명예가 실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축소 은폐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도록 제도가 세밀하게 잘 마련됐고 가·피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변명의 기회와 방어권 보장, 비밀유지 의무 부여 등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에 학교 측의 조사 결과와 조치를 믿고 수용해도 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본다. 날로 다양해지고 심각해지는 학교폭력 문제는 학교, 학생, 학부모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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