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저녁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7개월 만에 다시 만났지만 비핵화 해법을 둘러싼 간극을 좁히지 못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됐다.

기대를 모았던 비핵화 협상이 대북 안전보장 및 제재해제를 둘러싸고 현격한 의견차만 확인함으로써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비핵화 협상이 또다시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됐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마주 앉았다.

하지만 김명길 대사는 오전 2시간, 오후 4시간 정도의 협상 뒤 ‘결렬’을 선언했다.

양측이 협상에 대한 재개 여지를 남기긴 했으나 회담 결렬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이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어 국면 전환을 위한 획기적 방안 없이는 올해 안 북미 정상회담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는 비관적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북미 양측이 접점 찾기에 실패함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성사 여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해지는 등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최대 위기를 맞게 된 상황이다.

청와대는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성과 없이 종료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대화 재개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며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는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6일 청와대는 구체적인 상황 파악과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동안 청와대 내에서는 북미 간 실무협상이 재개된 것을 두고 북미 대화가 제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실무협상이 결렬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또는 ‘촉진자’로서의 역할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어서 협상이 또다시 교착상태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과 함께 방안을 찾기 위한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실무협상에서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못한 이유를 정밀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동력 유지를 위한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해 숙고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실무협상 결렬로 비핵화 대화가 완전히 멈춰서는 것이 아니며 비핵화 방법론에서 인식 차를 확인했을 뿐 결국 다시 의견을 좁히는 과정을 거치리라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자 바람이기도 하다.

문제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북미 간 인식 차이가 여전하다는 데 있다.

실제로 이번 실무협상 결렬 원인과 관련, 일부에서는 최종단계를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포괄적 합의’를 우선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과 ‘단계적 합의’를 통해 신뢰를 다져나가야 한다는 북한 입장이 맞서면서 접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면서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언급한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구상을 포함, 남북관계 발전 노력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도 작아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강봉석 기자 kb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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