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균 인천문인협회 이사
이영균 인천문인협회 이사

해질 녘 공항철도로 검암역에 이르면 정서진의 노을이 금빛으로 물드는 거대한 물고기 비늘 같은 아라뱃길의 윤슬이 펼쳐진다. 그곳에서 산책을 즐기는 다정한 연인들, 엄마 아빠의 환한 웃음 속에서 자전거 타기를 배우는 아이들, 그리고 경주하듯 자전거를 즐기는 동호인들을 만난다. 활기차게 페달 밟는 소리에 짜르르 화답하는 강물이 겉으론 아름답게 보이지만 수질오염 문제로 차츰 생명력을 잃어가는 듯해 안타깝다. 누가 봐도 경인아라뱃길의 건설은 대단한 개혁이었다.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나라의 숙원사업 중 하나로 전개된 무모하리 만큼 그 기대치가 거창했던 시험 사업이었다. 

경인아라뱃길은 길이 18㎞와 폭 80m 깊이 6.3m로 한강 하류에서 서해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최초의 내륙 운하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보면 고려시대를 시작으로 한강과 서해를 안전하고도 빠르게 잇는 뱃길을 개설하려는 노력이 수없이 이뤄져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시대적 상황과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여태껏 한 번도 꿈을 실현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2009년 3월에 착공한 경인아라뱃길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드디어 2011년 우리나라 최초의 운하가 완공됐다. 나라의 관문과 물류의 주수송로로 항만과 교량, 수상 문화 공간 등을 함께 건설함으로써 홍수 조절 기능은 물론 물류 수송의 혁신과 관광, 레저 기능을 모두 겸비한 야심찬 운하로 개발됐다. 

그 중에서도 운하를 따라 펼쳐지는 수향8경, 파크웨이 등 다양한 친수 공간은 아직 숲이 우거지지 않아 아쉽기는 하지만 나들이하기에 딱 좋은 환경으로 설계됐다. 아라뱃길 인천여객터미널에서 시천가람터, 아라폭포, 수향원 등 수향8경을 따라 아라뱃길을 거슬러 약 90분을 거슬러 오르면 한강이 유입되는 김포여객터미널이 나타난다. 인천 시민들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은 아라뱃길로 인한 경제적 호황을 기대하며 오랫동안 공사로 인한 교통 체증 등 크고 작은 불편을 감수해 왔다.  그러나 아라뱃길의 향후는 애초 기대와는 달리 이제는 인적조차 드문 자전거 도로와 산책길 역할이 고작이어서 안타깝다. 게다가 한때 활기를 띠며 아라뱃길 인천터미널 부근에 조성됐던 놀이시설마저 자전거 대여소와 함께 철거된 지 오래다. 당시 아라뱃길 건설에 투여한 자금이 무려 2조 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개통한 지 2년여 만에 폐허처럼 변해버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커녕 국민의 혈세만 잡아먹은 미운 오리가 돼 버렸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상황일 때가 반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는 말처럼 지금은 아라뱃길 문제점을 개선해야 할 최상의 적기이다. 

강은 인류 문명의 젖줄이기에 아라뱃길이 인공적인 강이라 할지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문명의 도래지가 되리라 믿는다. 또한, 바다의 도시 인천이란 특성과도 잘 어우러져 물의 도시로 발전할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아라뱃길을 따라 주변에 수상 도시와 수상생태공원 등이 개발된다면 반드시 경제, 물류, 예술, 관광 등 혁신 거점 도심으로 발전해 예술의 나라 프랑스의 센강보다 더 예술적이고 경제적인 관광지이자 휴양지로 주목을 받을 것이다. 인천지하철 2호선과 인천공항철도 환승역인 검암역을 중심으로 아라뱃길 강가에 수상 공연무대와 커피숍 등 휴식공간이 차츰 늘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수상 관광지로 발전하는 건 시간 문제다. 

휴일이면 가족과 함께 소풍과 오락을 즐기며 많은 사람이 한 주간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아라뱃길 주변은 도시에 인접한 최적의 휴양지가 될 것이다. 퇴근길에 가족과 함께 유명한 맛집에 들러 저녁을 먹거나, 고즈넉한 찻집에 앉아 미래를 설계하는 등 아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을 아름다운 휴양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아라뱃길 운하의 진통 과정이라고 여긴다. 진통 과정을 딛고 다시 일어난다면 아라뱃길은 세계적인 운하가 될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이 그러하듯 아라뱃길 또한 인천을 상징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운하로서 전 세계의 젖줄이 될 그 날을 꿈꿔 본다.

▶필자;2004년 좋은문학 시 부문 등단. 2019년 동화부문 등단. 좋은문학 대상 제6회 한국시인상 수상. 갯벌작가상 수상, 시집 「하얀 아침」 외 3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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