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섭 초월초등학교 교장
이동섭 초월초등학교 교장

초월초등학교에 부임하던 날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학교 주변 차량들의 끊임없는 행렬, 상가로 진입하는 차량들이 꽤 많았던 것이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일부 구간은 보행로가 설치돼 있지 않아 위험하게 차도로 비켜 걷는 아이들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덜컥 걱정이 앞섰다. 아침마다 교통경찰관을 비롯한 녹색어머니, 안전지킴이 등 안전활동을 하고 있지만 늘 신경 쓰게 된다. 때문에 학교장으로서 어린이들의 교통안전을 최우선 해결 과제로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분석시스템(TASS)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1만9건의 12 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 중 30%에 가까운 2천835건, 사망자는 전체 34명 중 41%인 14명이 도내에서 발생해 전국 시도 중 어린이 교통사고 및 사망자 수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웠다. 사고 시간대로는 14시~16시 주로 하교시간에 스쿨존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사고 원인은 36%가 보행자 보호 의무 소홀로 집계됐다. 아이들은 차량의 움직임 여부를 잘 판단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움직이며 좌우를 살피지 않고 도로로 뛰어가기 쉬워 교통사고 발생 확률도 높다. 방어 보행 3원칙 ‘서다, 보다, 걷다’, 인도로 다니기,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자제 등 교통안전 수칙을 습관화할 수 있는 지속적인 교통안전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또한 운전자는 벌점 및 범칙금과 별개로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전방 주시,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 등 사소하다 여겨지는 규칙도 지키려는 의식이 철저히 자리 잡아야 한다. 어린이가 등하교하는 학교 주변은 30㎞ 규정 속도가 무색하게 빠르게 달리는 차들과 교내로 진입하는 트럭, 불법 주정차 등 교통사고 위험 요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생 보행자 교통사고가 발생한 원인이 대부분 운전자 부주의로 나타났다. 지난해 어린이 교통사고 유형 별사망자는 차대 사람이 20명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했고 가해운전자 법규 위반 중 안전 의무 불이행이 53.9%, 신호위반이 11.4%를 기록하는 등 운전자 법규위반 단속 및 의식 개선 필요성이 드러났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통안전 플래카드 설치, 캠페인 실시 등 운전자 대상 홍보 활동을 병행하고, 등·하교 시간대 학교 주변에 경찰력을 배치해 스쿨존 내 교통법규 위반행위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운전자들의 안전의식이 선행되는 것이다. 

미래를 책임질 어린이 교통안전에 최근 민관이 힘을 합쳐 다행스럽다. 특히 본교는 CJ 대한통운과 지난해 6월 MOU를 체결 후 광주경찰서 협조로 CJ 대한통운 임직원과 함께 교통안전 캠페인을 실시했다. 이 날 스쿨존 제한속도 30㎞를 뜻하는 가방 안전덮개를 배포했다. 이 덮개를 씌우면 빗길이나 어두운 곳에서 쉽게 식별이 가능해 사고위험을 낮출 수 있다. 이 밖에도 월 1회 교통안전 캠페인을 비롯해 다양한 교육 지원 프로그램, 체험학습 지원,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 오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가 무탈하게 자라는 데는 가정뿐 아니라 이웃과 지역사회 등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린이 교통안전 역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뿐 아닌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평화롭고 안전한 등하굣길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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