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나사렛국제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이재운 나사렛국제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메니에르병은 1861년 이 병을 처음 발표한 프랑스 의사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특징적인 증세로는 갑자기 귀가 안 들리는 난청, ‘우~웅’하는 낮은 소리가 귀에서 나는 이명, 어지럼까지 생길 수 있다.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여러 가지 유전적·후천적 요인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초기 발견이 어려워 전문의의 진료와 정확한 진단 필요

언제 어떻게 증상이 생길지 예측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질병으로, 이석증·전정신경염과 달리 청력도 같이 나빠질 수 있다. 청력이 갑자기 나빠지는 특징을 보인다. ‘어지럼 발작’은 20분 이상에서 24시간 이내의 심한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어지럼 증세도 사람마다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하루 이내에 완화되지만 수일간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청각 이상 증상 이후 어지럼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4명 중 1명은 초기에 어지럼만 있는 경우도 있어서 다른 질환으로 의심됐다가 뒤늦게 진단되는 경우도 많다. 처음부터 난청·이명·어지럼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경우는 3명 중 1명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진행성 질병인 메니에르병은 바로 진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징적인 증상이 반복되고 시간에 따른 경과를 지켜보면서 판단해야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기에 따라 편두통성 현훈과 같은 질환과 구분하기 어렵고, 다른 병들과 같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 후 정확한 진단이 반드시 필요한 질병이다. 

실제 처음에는 메니에르병이 의심됐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닌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많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 병의 경과에 따라 다른 메니에르병의 치료

치료는 어지럼 발작 시의 급성기 치료, 어지럼 발작과 진행을 막는 예방 치료, 그리고 치료 실패 시 사용되는 적극적 치료가 있다. 발작이 오면 급성 증상을 줄여 주는 멀미약이나 안정제 성분과 유사한 약으로 증상을 신속하게 줄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청력과 평형기능의 손상을 막는 스테로이드 약을 쓰게 되며 약을 1주일 정도 복용하거나, 고막을 통한 주사로 치료한다. 

심한 어지럼은 보통 치료 후 2일 이내 호전되지만 은근한 어지럼과 균형장애 등은 이후에도 지속할 수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청력이 회복되지 않아서 난청과 이명이 계속되는 경우가 있다. 예방 치료로는 생활 습관 교정을 해야 한다. 술, 담배, 카페인, 짠 음식, 탈수 등이 메니에르병을 진행시키는 것으로 의심되고 있어 줄이는 것이 좋다. 또 적절한 수면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적극적 치료는 어지럼 발작이 너무 자주 반복되고 약이 잘 듣지 않을 때 하게 된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귀의 평형기능을 마비시키는 약물을 고막에 주입하는 치료나 평형신경을 자르는 수술치료가 있다. 이는 한 번 시행하면 되돌릴 수 없는 치료이기 때문에 치료의 기대효과와 부작용 등에 대해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후 결정해야 한다.

# 메니에르병은 예방 치료가 중요

현재까지 메니에르병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다. 하지만 어지럼 발작에 신속히 대처하고 병의 진행을 막기 위한 예방 치료를 적절히 하면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발작을 이겨 낼 수 있으며, 어지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기존 연구에서 심한 어지럼은 2년이 지나면 60% 정도에서 사라지고, 8년이 지나면 70% 정도에서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병이 호전돼서라기보다는 불행하게도 질병이 심해져서 귀의 기능이 모두 소실된 상태에 우리 몸이 적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지럼 발작이 없어진 이후에도 은근한 어지럼과 균형장애는 남을 수 있으며, 특히 작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 중등도 난청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메니에르병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담당 의사와 환자의 협력관계이다. 메니에르병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는 의료진을 선택하고, 면밀하고 반복적으로 상담하는 것이 관리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도움말=나사렛국제병원 이비인후과 이재운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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