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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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 권하는 사회
원기범 아나운서
  • 기호일보
  • 승인 2019.10.09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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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범 아나운서
원기범 아나운서

영광스럽게도 얼마 전 모 정부 부처에서 표창장을 수상하게 됐습니다.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을 대상으로 짧은 인터뷰 시간이 있었는데, 저는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원기범 아나운서,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꼴불견이라고 생각하시는 상황은 어떤 것인가요?" 저는 "여러 경우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꼴불견인 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는 이기적인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여러분에게 같은 질문을 드린다면 어떻게 답변하실 건가요? 

라디오 방송을 진행할 때에는 반드시 헤드폰을 써야 합니다. 시사 프로그램에서 전화 인터뷰는 물론이고 음악 프로그램 등에서도 조금 더 섬세하게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송을 오래하신 분들 중에는 청력에 조금씩 문제가 생긴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저도 방송할 때 이외에는 가능한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무선 이어폰을 기어이 사고야 말았습니다.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소음차단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살다 보면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생각될 정도로 도가 지나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안타깝게도 꽤나 많습니다.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큰소리로 통화하는 사람들 - 주변에서 아무리 눈치를 줘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정말 듣고 싶지 않은데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이어폰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임산부를 위한 자리라고 좌석 아래 바닥과 등받이에 표시를 해놓고 심지어는 인형까지 올려둬도 버젓이 앉아 있는 사람들 - 정말 뻔뻔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공연장에서 몰래 음식물을 먹는 사람들, 휴대전화 전원을 끄거나 무음으로 해달라고 아무리 여러 번 얘기해도 듣지 않다가 결국에는 벨이 울려 공연을 망치는 사람들 등등 꼴불견인 경우는 차고 넘칩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매우 부족한, 이기적인 사람들입니다. 사회성과 도덕성 측면에서도 결코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할 것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혼자서는 살아남기 힘든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 말인즉슨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규범이 있고 지키지 않을 경우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는 뜻입니다. 

주경철의 「히스토리아」라는 책에는 태즈메이니아(Tasmania)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호주 남동쪽에 있는 이 섬에는 약 3만5천 년 전부터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현재보다 해수면이 훨씬 낮아서 사람들이 걸어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 후 해수면이 점차 상승하면서 섬이 됐고, 당연히 사람들의 왕래도 끊기고 말았습니다. 결국 태즈메이니아는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지역 중 하나가 됐고, 유럽 사람들이 도래하기까지 이곳 주민들은 1만 년 동안 외부 세계와 거의 완벽하게 절연된 채 살았다는 것입니다. 도구를 만들 수 없어서 카누를 만들거나 옷을 지어 입거나 불을 피울 수도, 고기를 잡을 수도 없는 매우 단순한 상태로 살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최근의 고고학적 연구에 따르면 이들이 처음부터 이런 상태였던 것은 아닙니다. 이들이 이 지역에 걸어 들어올 당시만 해도 골각기와 고기잡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점차 퇴보하면서 나중에는 아예 이 두 가지 기술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정착 초기에 그나마 갖고 있던 초보적인 기술조차도 점차 퇴보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태즈메이니아의 교훈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개인이든 사회든 고립 상태가 계속되면 지체와 퇴보가 불가피하다. 문명과 문화는 지속적으로 외부 세계와 만나고 상호 교류를 해야 발전을 기할 수 있다." 

소통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바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입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인간답게 함께 살아가는 데도 필수 조건입니다. 궁극적으로 상대방을 위한 ‘배려’는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결국에는 자신에게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것처럼, 가는 ‘배려’가 있어야 오는 ‘배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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