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광기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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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광기의 기원
김진형 동국대 강사
  • 기호일보
  • 승인 2019.10.09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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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봉 닷새 만에 2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조커’는 막강한 파급력으로 관객몰이 중이다. ‘배트맨’의 안티테제(Antithese, 적)인 조커는 코믹스 영화 최초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역대급 빌런의 탄생이라는 기대감도 한몸에 받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조커는 정의로운 영웅이 아니다. 혼돈과 증오로 응축된 광기의 캐릭터다. 다른 악당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무정형과 무질서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독창적인 인물인 ‘조커’의 기원을 따라가다 보면 광기의 시작에 전율하게 된다.

슈퍼 쥐가 창궐할 만큼 쓰레기가 넘쳐나는 고담 시. 빈부격차도 극에 달해 억눌린 분노가 팽배한 이곳에 토박이 광대 아서 플렉이 노모와 함께 살고 있다. 고단한 하루의 유일한 즐거움인 심야 토크쇼를 챙겨 보며 유명 코미디언을 꿈꾸는 그는 사실 약으로도 버틸 수 없을 만큼 우울하다. 아서가 체감하는 세상은 언제나 야박하고 무례할 뿐이었다. 길거리에서도, 버스에서도, 직장 내에서도 무시당하는 그는 심리상담사에게도 무의미한 존재였다. 그렇게 외로움과 울분으로 가득한 아서의 삶은 우연히 쥐게 된 총 한 자루로 달라진다. 해고 통지를 받던 날, 취객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그는 우발적으로 방아쇠를 당긴다. 투명인간처럼 무시되던 과거와는 달리 정체불명의 살인자에게로 쏠린 세상의 관심을 통해 아서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아서 플렉은 ‘조커’라는 이름으로 거듭난다.  

영화 ‘조커’는 빌런의 대단한 기원을 보여 주는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우울증 약으로 근근이 버티는, 지독히 외로운 한 남자의 쓸쓸한 지난날을 품고 있다. 소외계층의 아서가 악당으로 변한 데에는 갈등이라는 토양이 자리하고 있다. 빈부격차의 심화로 나뉜 집단은 타협 대신 비난을 이어갔다. 기득권 세력은 가난한 자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없는 자들은 부자에 대한 분노로 가득했다. 그 결과 고담 시는 연민과 공감, 친절과 배려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병들어 있었다. 넘치는 쓰레기처럼 썩은 곳에서 절망과 광기가 빚어낸 조커가 탄생한다. 

이 작품은 평단에서도 엇갈린 반응을 보이는데 가장 처연하면서도 강렬한 영화로 읽히는가 하면, 모방범죄에 대한 우려를 낳는 해로운 작품으로도 언급되고 있다. 이 같은 논쟁은 영화 속 사회상과 아서의 상처가 대중의 공감을 얻기 때문이다. 세상에 작은 웃음을 선사하고 싶었던 그의 꿈에 귀 기울여 주는 마음이 있었다면, 외로운 손을 잡아 줄 따뜻한 체온이 있었다면 절망의 방아쇠는 당겨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회적 화두를 던지는 영화 ‘조커’는 폭력의 당위성보다는 광기를 멈출 수 있는 방법을 되묻는 영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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