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8차 범인 경찰에 고문당해 자백 주장 (CG) /사진 = 연합뉴스
화성 8차 범인 경찰에 고문당해 자백 주장 (CG) /사진 =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가 이미 모방범죄로 판단된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가운데 해당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을 복역했던 윤모(당시 22세)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을 청구할 계획을 밝혔다. 윤 씨가 재심을 청구할 경우 1심 재판이 열렸던 수원지법에서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8일 법조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8차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8년 9월 당시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 거주 중이던 박모(당시 13세)양이 자신의 집에서 괴한에게 성폭행 후 살해당한 사건이다. 윤 씨는 1989년 7월 해당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된 뒤 같은 해 열린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는 "경찰의 고문에 의해 허위로 범행을 자백했고, 1심은 다른 증거도 없이 신빙성 없는 자백만을 근거로 유죄로 인정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2심과 3심 재판부에서 "고문을 당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아무것도 없다"며 기각돼 무기수로 복역 중 감형을 받아 2009년 가석방됐다.

윤 씨는 최근 이춘재가 해당 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하자 "30년 전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도와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현재 재심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다만, 재심 요건이 까다로워 법원의 재심 개시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법원에서 재심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거물이 위·변조 또는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 ▶원판결의 증거가 된 재판이 확정재판에 의해 변경된 때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등 7가지 사유에 해당하는 청구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심에서 유무죄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증거가 없다는 점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수원지검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장 20년인 보존기한 만료를 이유로 이미 관련 사건기록 및 증거품을 모두 파기한 것으로 확인돼 재심이 진행되더라도 당시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재심 전문 변호사로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는 "유죄의 근거가 된 방사선 동위원소 감정 결과도 범인을 특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고, 혈액형 감정도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며 "아직 윤 씨의 요청은 없었지만, 요청이 온다면 재심을 맡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춘재의 자백만으로 섣부르다는 시각도 있지만 윤 씨가 2심 내내 범행을 부인했던 부분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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