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남현 인천시 녹지정책과 도시녹화팀장
곽남현 인천시 녹지정책과 도시녹화팀장

인천시 청사가 구월동에 자리 잡은 지 어언 34년이 지났다. 80년대 구월구획정리사업으로 청사 부지를 마련하고 신축했다. 그 당시만 해도 청사 규모가 크고 거대하다고 느꼈었다. 그동안 인천시는 인구 300만의 거대 도시가 됐다. 도시 발전에 따라 조직이 확대되고 정원이 늘면서 사무실이 부족한 형편이 됐다. 요즘에 일부 부서 직원들은 송도 미추홀타워에서 근무를 한다. 근무지가 나눠지면서 불편함이 이만 저만 아니라고 한다. 교육청 청사를 이용하면 좋으련만, 교육청 이전 문제가 수월하지 않다. 

그런 와중에 인천시청 부지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시청 정문과 벽을 허물고 열린 광장으로 ‘인천愛뜰’을 조성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애(愛)뜰은 그동안 차도로 단절돼 있던 청사 부지를 열어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다. 자동차 중심 공간을 ‘사람중심 문화 공간’으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파리, 암스테르담, 서울, 울산 등 대도시의 청사 앞에 광장이 조성된 사례에 비하면 늦은 감이 있다. 청사 부지를 시원스럽게 털어내어 시민들의 휴식과 여가활동 공간으로 제공하려는 인천시의 행정력에 찬사를 보낸다. 

인천애(愛)뜰이 조성되면, 넓은 잔디밭과 셸터에 많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이면서 길거리 공연과 함께, 다양한 문화 체험, 소통과 대화가 이뤄지는 커뮤니티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즉 인천에 새로운 명소가 하나가 더 탄생하는 것이다. 인천애(愛)뜰은 그린 인프라(green infra)로서 인근 중앙공원(폭100m, 길이 3.5㎞)과 함께 연계돼 젊은이가 모이는 활기찬 지역으로 탈바꿈될 것이고, 구월동을 변화시키는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버스커공연, 프리마켓, 야외전시장, 은행나무도서관, 겨울철 썰매장, 아침 건강마당 등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 

미래광장과 청사 정면 부지를 하나의 광장으로 잇는 인천애(愛)뜰 조성 공사를 추진하면서 노목인 은행나무 세 그루가 버티고 있어 답답하므로 다른 곳으로 옮기자는 의견과 노거목으로서 자칫 옮겼다가 고사할 수 있고, 시민으로부터 기증 받은 상징성이 있으니 존치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인천시청 앞 은행나무 3그루 중, 가운데 한 그루는 구획정리사업 이전부터 있었던 기존의 노거목이다. 좌우 두 그루는 시민으로부터 1983년께 기증 받아 이식한 수목이다. 이식된 지 벌써 36년이 지났다. 은행나무 녹지대는 시청 정문 앞에 위치하다 보니, 매년 계절별로 꽃을 심어 첫봄과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화단을 꾸며 시민 정서를 순화시키던 공간이었다. 

이번 인천애(愛)뜰 조성 공사에서 은행나무 그늘을 이용한 시민 휴식 데크를 설치하고자 34년간 쌓였던 화단 표토를 30㎝ 이상 걷어 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은행나무의 호흡근이 모두 하나같이 하늘을 향해 뻗어있었다. 은행나무 노거목은 그 오랜 세월 동안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쳐 왔던 것이다. 모든 나무가 그렇듯이 은행나무도 뿌리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나무의 호흡 뿌리는 대부분 표토 20㎝ 깊이에 분포해 있다. 그런데 은행나무 녹지대에는 34년간 꽃을 심느라 은행나무 뿌리 위로 30∼40㎝의 표토가 쌓였던 것이다. 시청앞 은행나무 세 그루는 암수가 함께 생육하고 있다. 은행나무 그늘을 이용한 데크 쉼터를 조성함에 있어 암나무의 열매로 인한 악취로 이용시민에게 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 지혜를 발휘해 쾌적하고 적절한 이용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은행나무는 화석 식물로서 인간의 생활권에 적응하도록 스스로 진화해 왔다. 수꽃가루는 바람을 타고 반경 4㎞까지 날아가 자손을 퍼뜨리려는 노력을 한다. 인천 장수동 만의골 은행나무는 수나무로서 800년 생에 이르는 인천시의 기념물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형을 가진 장수동 은행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승격시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은행나무(♀) 가로수 열매의 악취로부터 시민 불편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도록 멋진 수형을 가진 만의골 은행나무 후계목을 가로수용으로 육성해 인천시의 은행나무 가로수를 만의골 은행나무(♂)의 후손 목으로 모두 경신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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