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와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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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와 드론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19.10.10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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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사우디 유전이 드론의 폭격으로 불바다가 됐다. 곧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이 95%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이 지난 9월 16일 일간지 1면 톱기사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아침 집 앞 주유소 휘발류 가격이 껑충 솟았다. 그러나 더욱 아연케 하는 것은 단돈 1천만 원짜리 드론으로 엄청난 규모의 사우디 유전 시설을 삽시간에 초토화시켰다는 것이고 그 드론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알 방도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단순히 사우디 유전이 폭파돼 피해가 많았다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미칠 수 있는 여파에 대해 촘촘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는 이럴 때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15세기 유럽 중세는 주로 기사들의 전쟁이었다. 그때 전쟁 방식은 기사들이 값비싼 투구와 칼 그리고 창을 무장한 채 탱크 같은 말을 타고 적진을 돌진해 파죽지세로 적군을 물리치는 일이었다. 따라서 특별한 전술보다는 호전적이고 근육질의 용맹한 전사가 필요했고 이들을 많이 확보하는 일이 승리하는 길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전쟁터에 대포가 등장한 것이다. 실로 엄청난 충격이었다. 하루아침에 칼과 창으로 무장한 기사들이 대포 앞에 무력했다. 급기야 전쟁 방식도 대포를 활용한 전략으로 바뀌었고 이를 먼저 수용한 국가가 승자가 됐다. 

그러나 실제 바뀐 것이 전쟁 승패만이 아니다. 먼저 대포를 사용하도록 군인들을 다시 교육을 시켜야 했고 여기에 맞도록 군 조직도 전면적으로 손을 봐야 했다. 값비싼 대포를 갖추려면 당연히 더 많은 세수 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더 많은 수입은 결국 더 넓은 영토를 의미하기에 당시 유럽 역사는 영토 확장을 위한 큰 전쟁으로 점철되었던 것이다. 이에 편승해 대포와 같이 대규모 전문적인 무기제조 기업이 출현하게 된다. 조그만 동네 대장간에서 대포를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때의 사료를 살펴보면 엄청난 전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외국에서 금전을 융통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결국 소위 금융과 어울러진 군수 복합산업이 발전하게 됐고 이는 이후 우리에게 익숙한 식민지 시대와 자본주의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사실들이 시사하는 바는 기술의 발달이 단순히 전쟁의 승패만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형태 즉 기업이나 금융 그리고 우리 생각과 제도까지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 드론은 사우디 유전 폭파사건에서 보듯이 이제까지 알았던 레저용 장난감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대포처럼 무시무시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싸구려 드론이 언제 어떻게 날라와 산업시설이나 주요 시설을 초토화시킬지 모르는 일이다. 실제 여기에 대한 우리 대응방식은 전무할 뿐만 아니라 아직 이렇다 할 묘책이 없다고 한다. 

대포가 그러했듯이 각국은 앞으로 드론이라는 괴물을 전쟁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고 이를 운용할 군조직과 훈련 그리고 군 제도들로 조만간 대체될 것이다. 아마도 군대는 힘든 훈련보다는 재택 근무가 가능해져서 아이들 학교에 등교시키고 돌아와 집에서 지구 반대쪽 적군에게 전자 게임하듯 드론의 폭탄을 아무 거리낌 없이 쏘게 될 지도 모른다. 비대해진 군수산업도 엄청난 비용의 항모와 첨단 전투기를 개발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 전쟁과 연관 산업의 형태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최근 기술개발에 대한 각국의 경쟁은 치열하다. 가장 크게 나가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어서 이들은 패권 국가를 위한 초석으로 드론이나 컴퓨터, 인공지능, 그리고 달나라 로켓까지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현재 중국 드론이 세계시장 점유율을 이미 70%가 넘고 있으며 인공지능 개발 인력만 하더라도 국내 개발인력의 7배가 넘는다고 한다. 패권국 미국이나 일본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첨단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흔한 공유택시사업도 지지부진하듯이 높은 기술개발 규제나 사업 규제에 묶여 한 치 앞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엉뚱하게 국가적으로 소모적인 이념적 논쟁에 매몰되고 있는 듯해 답답하기 그지없다. 새로운 기술은 단지 우리의 생활을 편하게 하는 것만이 아니다. 국가의 지위 더 나아가서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기술 개발을 소홀히 하는 국가는 결국 국가 발전에 뒤처지게 될 것이고 결국 지배를 받게 되는 것이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이제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기술개발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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