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정의는 ‘광화문’과 ‘서초동’ 사이 어디쯤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지난 10월 5일 대한민국에는 두 개의 광장이 열렸다.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은 조 장관 사퇴와 문재인 정부 반대를 외쳤고 서초동으로 간 사람들은 검찰개혁과 조 장관 지지를 외쳤다. 이 같은 사태를 지켜보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나, 이를 국론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수진영의 조 장관 사퇴 요구와 진보진영의 검찰개혁 지지를 국민의 자연스러운 의사 표출로 볼 것인가, 국론분열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표현을 어떻게 하더라도 국민 간 심각한 대립과 갈등이 표출됐다는 사실을 덮을 수는 없으며 그로 인해 국민들이 불안하고 혼란스러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여론 조사 결과를 통해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국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긍정평가)는 전주보다 2.9%p 내린 44.4%를 기록하며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해결되더라도 국민들이 입은 깊은 내상(內傷)이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송무백열(松茂柏悅)’이라는 말이 있다. 소나무가 무성한 것을 보고 측백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으로 벗이 잘됨을 기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나무와 측백나무는 상록교목으로 겨울이 돼도 잎이 지지 않고 푸르러 예부터 선비의 꼿꼿한 지조와 기상의 상징으로 함께 어울려 쓰였다. 보수든 진보든 대한민국이 정의롭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송무백열의 자세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소통하며 한 걸음씩 다가서야 갈등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가 7일 정치협상회의를 신설해 검찰개혁과 정치개혁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으니,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정국 현안인 검찰개혁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만큼 국민 간 갈등의 골이 더 이상 깊어지기 전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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