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웅 변호사
한재웅 변호사

2015년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대리해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제기한 일이 있다. 정치권에서 상당히 주목했고 언론에도 많이 보도된 사건이었다. 그런데 민사소송은 통상의 절차로 진행됐지만 형사 고소한 사건이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고소를 하면 고소인을 불러 고소 보충 조사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없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기 때문에 검찰에서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사건이 시작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야 검찰에서 고소인 측을 조사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고소 접수 이후 무려 2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야 사건을 조사하겠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일반 행정 민원이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검찰은 모든 수사를 지휘할 권한이 있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며 수사를 종결할 권한이 있다. 범죄 수사에 대해서는 무소불위의 권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사 진행은 검찰에서 판단하며 외부에서 이를 견제하기가 어렵다. 검찰이 모든 사건을 엿가락 늘리듯 자의적으로 진행하지는 않지만, 어떤 사건은 미뤄놓은 방학 숙제 하듯이 진행되기도 하는 것 같다. 반면, 어떤 경우에는 ‘먼지털이’라고 비판받을 정도로 집요하면서도 신속하고 강하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검찰이 행사하는 수사권은 공권력 중 가장 강한 권한 중 하나이며 그 권한의 사용에 정무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고도의 권력 작용이 은행의 번호표 시스템처럼 작용하기 바란다면 오히려 실질적 공평과 정의에 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무적 판단 목적은 오로지 국민과 국가에 있어야 하는 것이지 권력과 검찰 조직을 위해 작용하면 안 된다. 그동안 검찰이 몇몇 사건에서 보여준 모습은 검찰이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올바르게 사용하였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검찰이 지나치게 조직 보위를 앞세우고 권력 지향적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검찰의 권한이 너무 비대하고 이를 적절히 견제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영삼 정권 이후 많은 정권들에서 검찰개혁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지금까지는 실질적으로 진전된 것이 거의 없다.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검찰개혁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의지가 강하고 검찰이 좀 더 민주적이고 공정한 기관이 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과 관심도 높다. 이런 시기에 정치권이 국민들의 총의를 모아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꼭 조국이어야 했을까? 요즘 서초동과 광화문을 바라보면서 갖는 생각이다. 니체는 "도덕을 증명하고 도덕에서 이유를 묻는 행위가 사람을 더 도덕적으로 만들지 못 한다"라고 했다. 조국 장관은 정의와 공정을 강변했지만 그 주장이 그의 개인사를 아름답게 만들지는 못한 것 같다. 조국 장관 임명은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에게 각각 집결의 명분의 되고 말았다. 양 진영의 세대결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 와중에 "조국수호, 검찰개혁"이 함께 엮이며 검찰개혁이 단지 정치적 공방의 수단으로 격하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조국 장관이 정치적 분쟁의 핵심으로 자리하면서 난국 타개를 위해서 검찰개혁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빠르게 많이 바꾸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지가 중요하고 그 절차가 국민의 공감을 받아야 한다. 조국 장관에 대한 논란으로 오히려 검찰개혁의 명분이 약화되고 퇴색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서초동과 광화문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있지만 누군가 지금 무엇이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역시 검찰개혁이라고 말하고 싶다. 조국 장관 거취 문제에 대한 지금의 논란은 어느 측면에서 보더라도 과장돼 있다. 반면, 검찰개혁은 오랜 시대적 과제임이 분명하다. 정치권에서 검찰개혁을 위한 실질적 논의를 진지하게 진행해 국민의 눈과 귀를 바르게 모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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