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에 가본 적이 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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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에 가본 적이 언제인가요?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전 인천 남부교육청 교육장
  • 기호일보
  • 승인 2019.10.15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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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 아랫마을 하동 사람 윗마을 구례 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전라도 쪽 사람들은 나룻배 타고, 경상도 쪽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경상도 사투리에 전라도 사투리가 오순도순 왁자지껄 장을 펼치네." 섬진강과 화개장터를 배경으로 한 가사에 곡을 붙여 가수 조영남이 부른 대중가요 ‘화개장터’의 가사 내용 중 일부다.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에 있는 화개장은 조선 시대부터 중요한 시장 중의 하나로, 주로 지리산 일대 산간 마을들을 이어주는 상업의 중심지 역할을 하던 곳이다. 특히 섬진강의 물길을 주요 교통수단으로 하여 경상도와 전라도 사람들이 이 시장에 모여, 내륙에서 생산된 임산물, 농산물과 남해에서 생산된 해산물들을 서로 교환하였다고 한다. 

발표한 지 30년이 넘은 노래지만 따라 부르기가 쉽거니와 아무 때나 흥얼거리기도 딱 좋아서 지금도 친근하게 불리는 노래 중 하나다. 혹자는 영남 호남의 지역감정 해소 목적으로 ‘화개장터’를 발표했다는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그보다 나는 닷새마다 열린다는 ‘장터’에 더 주목한다. 순박한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인 장터를 주제로 한 노래가 이 노래 말고 또 있었던가?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니 구경 한번 와 보세요. 보기엔 그냥 시골 장터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다."라는 부분이나 "오시면 모두 모두 이웃사촌, 고운 정 미운 정 주고받는 화개장터." 생각만 해도 저절로 가슴이 따뜻해진다. 화개장과 같은 재래시장, 혹은 전통시장에 가본 적이 언제일까?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재래시장은 백화점과 같은 대형 상품매장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던 곳이었다. 

서울 남대문 시장이나 평화시장, 동대문 종합시장처럼 전국형 대형시장이 있는가 하면, 마장동 축산물 시장,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이나 노량진 수산시장 같은 곳도 있다. 경동시장이나 통인시장, 방학동 도깨비시장과 같이 특별하게 이름이 알려진 곳도 꽤 있다. 전국 곳곳에도 사람들이 즐겨 찾는 재래시장들이 여럿 있다. 정말 없는 것 없이 뭐든지 살 수 있다는 성남 모란시장은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찾고, 인천 신포국제시장이나 강화 풍물시장도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포항 죽도시장, 정선 5일장, 부산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 노래에도 나오는 화개장 같은 곳은 관광코스에도 들어 있어 다른 고장 사람들도 즐겨 찾는 유명 장이다. 

그러나 서민 생활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전국 대부분 재래시장은 대형 할인매장이나 백화점과 같은 현대적인 유통시설이 들어서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4천500여 개나 되던 전국의 재래시장이 지난 10년간 무려 1천200여 개까지 줄어들었고,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그 주요 원인 중의 하나는 아마도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대규모 주차장과 어린이 놀이터 등 각종 편의 시설까지 갖추고, 도심지 주요 장소에 자리 잡은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들일 것이다. 그리고 점점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온라인 쇼핑몰도 주요 원인이다. 재래시장을 점점 어렵게 만드는 이들은 보기 좋은 상품과 더 뛰어난 판매전략으로 소지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어서 이미 우리나라 중산층과 젊은 층들은 대부분 재래시장보다는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매장, 온라인 쇼핑몰을 찾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수년 내 재래시장이 아예 우리 주변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지 모른다. 

재래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애써 손사래를 치겠지만 여러 정황상 재래시장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미 전통시장을 현대화하여 지역상권을 살리고, 유통산업의 균형 있는 성장과 국민경제 발전을 이루겠다는 목적으로 특별법이 제정돼 있다. 선거철만 되면 전통 재래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단골 선거 공약 중의 하나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는 전통 재래시장을 살리는 일이 지역경제를 살리고 나아가 국민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정부나 지자체, 그리고 선량(選良)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말 전통 재래시장을 살리고자 한다면 더 늦기 전에 재래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서 시장의 특성을 잘 살린 효율적인 지원책을 당장 시행했으면 좋겠다. 그보다 우선돼야 할 일은 시민의 관심이다. 나부터 당장 가까운 재래시장부터 찾아볼 일이다. 그리고 직접 장도 보고, 손맛이 특별한 장터 음식도 맛보자. 현대적이지는 않지만 가면 갈수록 정이 가는 우리 고장의 전통 재래시장은 그냥 사라져야 할 곳이 아니라는 것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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