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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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조국
  • 우승오 기자
  • 승인 2019.10.16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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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법무부장관직을 내려놓습니다. 검찰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습니다. …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습니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검찰개혁을 응원하는 수많은 시민의 뜻과 마음 때문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딛고,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리고 쓰리다. 베인 상처에 굵은 소금을 박박 문지르는 고통만큼이나 치가 떨린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지명된 지 66일, 임명된 지 35일 만인 14일 전격 사퇴했다. 그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일부 야당의원들을 중심으로 ‘조국 국감’이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외견상 두 달여 동안 지속됐던 이른바 ‘조국사태’는 이로써 진정국면을 맞게 됐다.

‘서초동’으로 대변되는 문재인 정부와 조 장관 지지자들은 그의 사퇴 소식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속절없이 떠나 보낼 당시 가슴 절절이 외쳤던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를 또다시 되뇌어야 한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한다. 

장관 한 명 끌어내리겠다고 온 가족을 발가벗긴 채 저잣거리에 질질 끌고다니며 조리돌림하는 그 야만성에 분노한다. 전례 없이 화력을 총동원해 공갈포를 연일 쏘아대는 언론과 ‘논두렁 시계식’ 언론플레이를 하며 이를 즐기는 검찰의 사악한 민낯에 울분을 토한다. 

반면 ‘광화문’으로 상징되는 보수우파 진영은 조국 사퇴라는 여세를 몰아 현 정부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바짝 당길 기세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장기집권 사령부인 공수처(공직자 범범죄 수사처)는 절대 불가하다"라거나 "‘10월 항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등의 발언은 이들의 다음 목표가 무엇인지 가늠케 한다.

조국은 떠났다. 이제 국민들은 살아남은 검찰과 언론, 정치권에 묻고 있다. "니들은 어쩔 건데?"라고. 포스트 조국 정국의 근원적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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