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도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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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도시 외
  • 홍봄 기자
  • 승인 2019.10.17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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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도시
김시덕 / 열린책들 / 2만 원

책 「갈등도시」의 부제는 ‘시민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전쟁들’이다.

저자의 눈에 비친 서울은 내부적으로도, 경계를 맞댄 주변 도시들과 그 도시들 간에도 갈등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을 둘러싼 이해 충돌과 부자 동네와 못 사는 동네를 편 가르는 지역 간 반목이 두드러진다. 어느 재개발 지역의 벽보에는 북핵이나 경주 지진보다 당장의 재개발 문제가 시급하고 위중하다고 쓰여 있고, 분당 시장 인근 화장실에서는 성남시민들을 향한 노골적인 혐오 표현이 발견된다. 

이 책에서는 현대 서울의 역사를 배제와 추방의 역사로 설명한다. 서울이 발전하는 데 방해가 되고 서울 시민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간주되는 수많은 시설과 사람들을 경기도로 밀어낸 역사라는 것이다. 혐오시설을 외곽으로 밀어냄으로써 서울은 청결해졌고, 가난한 자들을 외곽으로 밀어내 계급적으로 균질해진 서울특별시가 만들어졌다.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 지대에 빈민촌과 화장터, 사이비 종교 시설, 군부대가 몰려 있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재개발이나 국가 정책에 의해 내몰리기 전까지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서민·시민들은 그들이 향유했던 문화와 역사까지 송두리째 지워져 왔다. 그렇게 서민·시민들의 역사가 지워진 자리에는 조선시대 왕과 사대부의 문화(지명·기념비·건축물)가 거듭 소환되고, 새로운 역사 미화가 벌어진다. 저자는 이 과정을 ‘기억의 전쟁이자 계급의 전쟁’으로 표현한다. 

저자는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까지 답사 범위를 넓혀 재개발이 예정된 불량 가옥과 성매매 집결지, 이름 없는 마을 비석과 어디에 놓여 있는지 찾기도 힘든 머릿돌들까지 살펴보며 시민들이 갈등하며 살아가고 또 죽어간 이야기들을 수집해 들려준다. 

총 20개의 답사 코스는 크게 세 가지로 묶을 수 있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북쪽의 파주부터 남쪽의 시흥까지 서부를 훑는 ‘경인 메갈로폴리스의 축’이 첫 번째, 종로구와 중구, 용산구를 깊게 들여다보는 ‘대서울의 한가운데’ 답사가 두 번째, 북쪽의 의정부부터 남쪽의 용인까지 서울 동쪽을 아우르는 것이 세 번째이다. 모범적이고 청결한 답사 코스를 벗어나서 무작정 대서울을 걷다 보면, 이 도시의 구석구석에서 지난 수십 년간 시민들이 갈등하며 살아가고 또 죽어간 이야기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시민의 역사와 스토리가 담겨 있는 공간과 이런 답사기야말로 표백된 서울이 아니라 진짜 서울의 역사를 만나는 시간임을 일깨워 준다.  

방랑자들
올가 토카르추크 / 민음사 / 1만6천 원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은 여행, 그리고 떠남과 관련된 100여 편이 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기록한 짧은 글들의 모음집이다. 

휴가를 떠났다가 느닷없이 부인과 아이를 잃어버린 남자와 오랫동안 지병으로 고통받던 절친한 벗에게서 자신을 안락사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고 수십 년 만에 모국으로 돌아온 연구원의 이야기를 담았다. 장애인 아들을 보살피며 고단한 삶을 살다가 ‘달리는 신도들’이라는 종교에 영감을 받아 지하철역 노숙자로 살기 위해 무작정 모스크바로 떠나는 여인, 그리스·로마 문명 연구를 완성하기 위해 지중해로 마지막 여행길에 오르는 노교수, 인간과 동물의 해부를 위해 일생을 바치는 아버지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딸의 에피소드도 담담하게 그려진다.

어딘가로부터, 무엇인가로부터, 누군가로부터, 혹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면 어딘가를, 무엇을, 누군가를, 혹은 자기 자신을 향해 다다르려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 책에서는 이렇듯 끊임없이 움직이고 이동하는 방랑자들의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 

한국의 단군사묘
윤한주 / 덕주 / 3만5천 원

국내 46곳에 건립된 단군 사묘(祀廟)를 답사한 책이 나왔다.

사묘란 영정이나 위패 등을 모신 전각을 말한다. 지역 단군 사묘에서 개천절마다 제례를 봉행하고 있지만 전체 개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저자가 2017년 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조사한 전국 방방곡곡 단군 사묘의 역사를 담았다. 국내 단군 사묘는 1909년부터 광복 이전까지 6곳이고, 광복 이후부터 1999년까지 31곳이 건립됐다. 2000년 이후에도 9곳이 더 건립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으로 살펴보면 서울 4곳, 경기도 3곳, 강원도 2곳, 대전·충청도 14곳, 광주·전라도 16곳, 대구·경상도 7곳이다.

책에서는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단군 사묘를 소개한다. 전라도민은 국조를 모시는 것은 사대주의를 배격하고 민족의 주체성을 확립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충청도는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의 탄압에 맞서 단군전을 지키며 조국의 독립을 염원했다.

4개 권역이 마칠 때마다 쉬어 가는 코너로 단군 ‘에피소드’를 실었다. 에피소드에서는 단군의 탄신절과 어천절의 근거를 문헌으로 제시했다. 임시정부에서 단군이 나라를 건국한 10월 3일을 건국기원절로 제정한 내력을 밝히기도 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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