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국<미추홀푸른숲 사무국장>
정세국<미추홀푸른숲 사무국장>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은 심심함과 외로움에서 탈출하려고 거짓말을 한 덕분에 세계적인 거짓말쟁이로 알려졌다. 단순히 허무감으로부터의 탈출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환경으로부터 자신과 양 떼 보호를 위한 관심끌기였다. 어른들이 농사나 장사에 매달려 있어 몇 달간이나 혼자 양떼를 지키다가 늑대를 핑계로 외쳤던 이 양치기 소년의 우화가 우리 시대를 되새겨 보게 된다. 북극의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다는 말이 언론에서만 회자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각급 학교 교재에서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해 배워야 할 것을 포함시켜 놓았다. 유엔에서 2016년부터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16개 분야에 목표를 정하고 각국 정부에서 세부 사항을 정하고 이를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파리기후협약이라든가 교토의정서 등을 통해 각국이 해야 할 일을 정하고 이행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고 있으나 시장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은 그다지 뜨겁지 않다. 배출권을 추가로 구입하고자 하는 기업이 배출권을 매도하는 기업보다 많고 그나마 시장에 나온 배출권은 발전 공기업들이 싹쓸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배출권 거래 자체를 꺼려하고 있는 더 깊은 이유는 매출 상승을 위해서는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야 하나 배출권 구입이 용이하지 않다는 것을 핑계로 하고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에너지 절감과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자각으로 스스로 감축해야 하는데 아직은 이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심각한 일이다.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는 중국도 폐수와 대기오염 문제로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전력 생산의 80% 이상이 화력발전소이며 세계의 생산기지인 공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환경문제로 인해 줄어든 녹색지대와 함께 내몽골 고비사막의 확대로 인해 북경시내의 황망함은 이미 알려진 대로이다. 일부 국제행사가 있을 때에만 시원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한탄의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중국의 강과 호수는 70%가 오염됐고 음용수가 절대 부족해 지하수를 이용하고 있으며 그도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 중국 공산당에서 환경 문제에 적극 대응한다고 하나 형식적으로 보여주기 행정에 머물러 있다. 

미국의 경우엔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파리협약을 탈퇴했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한 기후보다 자신들의 오일달러 확보에 더 관심을 갖는 석유업자들의 환호로 재선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제일의 원유 채취지역인 중동석유를 가장 많이 도입하던 미국이 셰일가스를 대량생산하기 시작하면서 트럼프는 석유 사용 제한에 대한 국제 협정을 아주 쉽게 포기해 버린 것이다. 에너지 수입이 필요 없게 된 미국은 자국이기주의를 더욱 확대할 요량이다. 

세계의 경찰국가에서 탈피해 국제사회의 문제를 각자도생의 길로 만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서해안의 대륙붕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 매장돼 있으나 해안가에 밀집된 저택의 소유주들로부터 절대 채취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서 해외 석유의 고갈 이후에나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이에 더해 미국의 셰일 혁명은 트럼프로 하여금 에너지를 통한 세계지배를 목전에 두고 있어 기후환경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국제사회의 온갖 문제를 처리해 주던 슈퍼파워로서의 미국은 이제 그 길보다는 자기나라 국민만을 고려하는 국가로 변화되고 있다. 트럼프 뿐만아니라 그 이전의 대통령들도 그런 면이 있었으나 트럼프로 인해 더 두드러지게 되었다. 

세계제일의 국가가 이렇게 나오는 것에 대해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협력은 이제 과거의 흔적만으로 남게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양치기 목동의 늑대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로만 남게 될까 두렵다. 일부에서는 기후대응 극단 행동이 있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금까지 아무리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이 논의되었더라도 거대 양국의 행태로 인해 주춤하게 됐다. 미리 준비해야 살 수 있다는 경고는 물 건너 간 일이 아직 아니다. 실제 늑대가 침입한다고 외치던 목동의 행동이 실제 사실로 닥쳤을 때에도 전과 같겠거니 하는 우리들의 일상생활 관습이 여전히 작동되고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앞으로 몇 년 후에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사실 자체도 망각하며 일상성에 묻혀 살아가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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