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공교육을 지탱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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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없는 공교육을 지탱하는 사람들
전재학(제물포고 교감)
  • 기호일보
  • 승인 2019.10.18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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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제물포고 교감)
전재학(제물포고 교감)

얼마 전에 전국적으로 교육청마다 해당 지역의 자사고를 재평가하면서 양측은 생사를 걸 듯 결의가 남달랐다. 이 나라의 황폐화된 공교육을 살리고 교육평등화를 실현하려는 진보 교육감들과 수월성 교육으로 학생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자사고의 입장은 서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처럼 보였다. 자사고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자신들이 이 나라 사학으로서의 역할과 비중, 그리고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 교육에 공헌한 입장을 부각시켰다. 자사고는 5년마다 재평가를 받게 되면서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때마다 도대체 왜 이런 제도를 탄생시켜 교육력을 낭비하고 국민을 편 가르기 하는지 헷갈릴 정도다. 

 재평가의 유의미성을 보더라도 우리 교육은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음을 증거한다. 교육청의 자사고 승인 거부를 교육부가 뒤집고 다시 재승인하는 결과를 보면서 과연 현 정부가 국민 다수의 희망대로 고등학교 체제 개편에 일관된 의사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공교육에 대한 개혁의 의지가 있는 지도 의문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한편에서는 학생의 선택에 의한 교육의 다양성을 이야기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무기력하게 죽어가는 일반고를 살리자고 말한다. 이것이 적나라한 이 나라 교육정책의 모습이다. 그런데 교육이 보수와 진보의 정치 논리에 의해 좌우되고 정부는 포퓰리즘에 휩싸여 정책의 방향성을 잃고 있다. 우리의 공교육에 대해 어느 작가가 자신의 심정을 밝힌 글을 살펴보자. 

 "교사의 자리에 서 본다. 나는 강연에서 어쩌다가 조는 사람들만 봐도 의기소침해진다. 내 얘기가 재미없나, 지루한가, 잘못됐나 하는 자책감이 든다. 그 쓸쓸한 기분이 감당이 안 돼서 비자발적인 청중이 모인 자리는 가급적 피한다. 그렇기에 더 의아하고 염려스러웠다. 학교에서 일하는 교사들은 아이들이 벼 이삭처럼 일제히 고개 숙이는 그 처연한 졸음 풍경을 어떻게 날마다 견디는 걸까. 한 고등학교 교사들 책모임에 초대된 적이 있다. 자퇴하는 아이들이 그런단다. 학교에 와봤자 잠만 자고 하는 일도 없어서 그만둔다고. 그런데 그 하는 일 없는 학교의 복판에 자기가 있다고 한 선생님이 웃음 띤 슬픈 눈으로 말했다. 다른 교사는 글을 써왔다."

  "떠나가거나 무너져버린 친구들. 그 와중에 나는 직업인으로서 교사가 되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되지 못함을 한탄하는 교사인데, 때로는 온종일 엎드려 있는 학생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정지하고 싶어 속으로 울기도 하는 것이다." 한 페이지 분량의 글을 그가 울먹울먹 읽어 내려가는 사이 다른 교사들의 눈자위도 붉어졌다. 교실에서 학생이 아니라 교사가 눈물 흘리는 모습은 낯선 데 묘하게 아름다웠다. 아이들은 알까. 선생님도 이토록 마음이 아프다는 걸, 너희와 잘 해보고 싶은데 방법을 모른다는 걸. 매 순간 무력감에 주저앉는 자신을 일으켜 교탁에 선다는 걸 말이다. 선생님의 눈물이 아이들의 지친 마음에 가닿는 장면을 상상하자 나는 잠깐 마음이 환해졌다."

 교육으로 개천에서 용이 난다고 믿고 사회적 계층사다리를 타보려는 학부모, 학생, 그들을 부추기는 교사들이 아직도 돋보이는 세상이다. 또 다른 곳에서는 결사적으로 정치권력과 결탁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을 사수하려고 온갖 편법으로 눈가림하며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목소리가 드세다. 

 그러나 우리 사회 곳곳에는 공교육을 살리려는 한 가닥 희망으로 묵묵히 사도의 길을 걷는 교사들, 생사의 갈림길까지 내몰리면서 이 나라 대입제도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는 학생들, 그리고 등골이 휘도록 자녀교육에 뒷바라지 하는 학부모들의 희생이 이 땅의 답 없는 공교육을 지탱하는 존재들로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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