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무중계·무관중의 황당한 평양 원정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대표팀은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H조 3차전을 마친 뒤 16일 오후 평양을 떠나 중국 베이징(北京)을 거쳐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17일 새벽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평양 원정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1990년 10월 남북 통일축구 이후 29년 만에 평양을 찾아 경기했지만 의미가 퇴색될 정도로 이번 원정은 기이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일단 대표팀은 평양 직행 대신 베이징을 거쳐야만 했다. 결전지 도착 뒤에는 경기 등을 위해 이동할 때를 빼고 숙소에만 머무는 ‘고립’ 생활을 했다. 정작 경기는 한국에 생중계되지 못했고, 한국 취재진의 방북도 무산된데다 관중까지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대표팀은 경기에 나서고도 북한 선수들의 거친 몸싸움을 이겨내야 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승점 3을 따내지 못해 안타깝다"면서도 "상대가 워낙 예민하고 거칠었다. 심한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수확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걱정해 주신 덕분에 부상 없이 돌아온 만큼 홈경기 때(2020년 6월 4일 북한과의 H조 7차전) 좋은 경기로 승리하는 게 선수들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간단히 말씀 드리자면 상당히 안 좋은 경기였다. 준비하고 원했던 경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월드컵 2차 예선 1차전 2-0, 스리랑카와의 2차전 8-0 연승 이후 북한과의 3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2차 예선 순위표에서 승점 7·골 득실 10으로 북한(승점 7·골 득실 3)에 골 득실에서 앞선 조 1위를 달렸다.

대표팀은 다음 달 14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레바논과 4차전을 갖는다. 이후 올해 마지막 A매치를 치를 수 있는 11월 19일엔 브라질과의 친선경기를 추진 중이다. 12월 10∼18일 부산에서는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 개최된다.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기간에 열리지 않아 유럽파 대신 리그가 끝나는 한·중·일 리그 소속 선수가 주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평양 원정경기 방송은 생중계에 이어 녹화중계마저 무산됐다. KBS는 17일 "이날 오후 5시 방송 예정이었던 남북한 경기의 녹화중계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경기 종료 후 분석용 DVD 영상을 (북측에게서)받아 왔는데, 화질이 나빠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AFC(아시아축구연맹) 등을 통해 영상을 추가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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