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7월에 이어 이번 달에 다시 한번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이미 1천5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에 다시 한번 경고등이 켜졌다. 

 금리 인하는 기본적으로 돈을 빌리는 가격이 싸지는 것이므로 가계가 대출을 더 늘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 상황에선 금융당국의 대출규제가 워낙 강하고 경기 여건도 좋지 않아 금리 인하가 곧 부채 증가라는 공식으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천556조1천억원이다. 

 가계신용은 은행이나 보험사, 대부업체, 공적 금융기관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가계부채의 개념이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9.1%(한은 추정치 기준)다. 1년 반 이상 처분가능소득을 다 투입해야 가계부채를 갚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금리 인하는 가계의 이자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효과를 낸다. 소비·투자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고 물가를 끌어올린다.

 단, 돈 빌리는 가격이 더 싸지므로 대출 증가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저금리 상황에서 갈 곳 없는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갈 가능성도 상당해 주택가격 상승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나타나는 현상은 이와는 거리가 있다.

 한은이 지난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지만 이후 가계대출에는 이렇다 할 특이사항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금리 인하 직후인 지난 8월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6조3천억원이었다. 2018년 8월의 6조6천억원, 2017년 8월의 8조8천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9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3조1천억원이었다. 2018년 9월의 6조1천억원, 2017년 9월의 4조4천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누적 가계대출 증가액은 33조3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0조1천억원, 2017년 같은 기간의 64조5천억원과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적어도 8~9월을 놓고 보면 금리 인하가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런 현상의 첫 번째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정부의 대출규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강하게 작용하는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역시 대출 총량을 직접적으로 제어하는 요인이다. 

 내년부터 바뀌는 예대율 산식은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스스로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은 가중치를 15% 상향하고 기업대출은 15%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현재 경기 여건 역시 금리를 내려도 대출이 크게 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전반적인 경제의 활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보니 경제주체들이 대출을 일으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보다 상황을 지켜보는 쪽을 택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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