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의 부정 사용을 적발·처벌하는 법령 부재로 선제적 감시가 어렵고, 적발하더라도 ‘사용 중지’ 외에는 조치할 방법이 없다는 본보 보도(10월 18일자 1면)다. 실제로 9월 말까지 경기도에서 발급된 지역화폐 액수는 3천425억 원에 육박하는데, 적발된 사례는 ‘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 기능의 온누리상품권 부정사용 건수가 최근 5년간 3천여 건을 넘은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현재 도내 31개 시군에서 유통되는 지역화폐도 그 본질은 ‘복지사업 확대와 지역상권 활성화’라는 두가지 관점이 혼합된 상품권에 기초하고 있다. 결제 수단이 지류에서 카드·모바일로, 사용 혜택이 할인에서 캐쉬백·제로페이 등으로 진화하며 지역화폐로 위상이 업그레이드 됐지만 여전히 그 속성은 상품권이다.

 따라서 모든 문제는 상품권의 존재 가치인 ‘할인’에서 비롯된다. 즉 6~1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이 구매와 소비를 촉진시키는 인센티브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깡(불법환전)’을 창출하는 원인도 된다. ‘깡’이란 직접적인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 없이 현금화해 시세 차액을 얻는 행위다. 예컨대 상품권을 환전할 수 있는 가맹점주가 지인을 통해 상품권을 구매·환전해 그 차액을 나누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상품권 발행에 수반되는 할인액, 발행비용, 판매기관 수수료는 모두 매몰비용이 될 것이고, 이는 결국 혈세의 낭비로 이어진다. ‘깡’이라는 악화가 ‘지역상권 활성화’라는 양화를 구축(驅逐)하지 못하도록 그물망을 촘촘하게 하는 제도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이를 위해선 지자체와 사업자, 소비자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비자 측면에선 구매한도 설정과 실명확인을 강화하고, 가맹점은 ‘매출액 대비 적정 환전 한도액’을 관리하는 등의 거래·유통 규약이 수립돼야 한다. 전산 기록이 남고, 이체 한도가 정해져 있는 ‘모바일상품권’을 확산시켜 구조적으로 깡을 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선 처벌 조항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깡’ 행위에 대해선 과태료 부과나 영업정지가 가능하도록 하고, 이에 참여한 소비자에게도 벌금을 부과하는 법 조항이 만들어져야 한다. 혈세를 축내는 것이니 만큼 그 정도는 명분이 충분히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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