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즉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번 주 일본을 방문하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면담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일 수교 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양국관계가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특히 22일 열리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이 총리를 비롯해 정부 내 ‘지일파’ 인사들이 정부 대표단에 다수 포함되고, 24일에는 아베 총리와 면담할 예정이어서 10월 말 아세안+3 정상회의를 비롯한 11월 APEC 정상회의, 12월 한중일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때 한일 두 정상이 만날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지 기대와 관심이 쏠린다. 

 무역보복으로 양국 관계 악화를 촉발했던 아베 총리가 얼마 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일 관계와 관련해 "늘 대화를 이어 가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한일 협력 중요성을 언급한 것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의 친서에는 한일 관계 악화를 불러온 현안의 근본적 문제가 워낙 민감하고 복잡한 점 등을 고려해 갈등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중요성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등을 강조하는 내용들을 담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지소미아 종료 문제 등을 놓고 양국 모두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고, 해법에 대한 인식차도 여전한 데다 당장 해결의 묘책이나 양보의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 청와대와 정부 당국도 양국 현안을 일거에 해소하기보다는 문 대통령의 친서와 이 총리의 면담을 디딤돌로 대화 재개 동력을 찾는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악화일로의 한일 관계를 풀려면 ‘정상 간 신뢰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는 중요하고도 시급하다. 

 따라서 아베 총리는 우리 정부의 이러한 뜻을 무겁게 받아들여 즉각 화답함으로써 조만간 한일정상 간 만남으로 이어지도록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 또한 이번 친서에 양국관계 개선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다 분명하게 담아 전달할 필요가 있다. 한일 관계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자 한다면 정상 간 만남과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는 일이 급선무다. 문제 해결 의지가 있다면 양국 정상은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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