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최전선인 경기도에서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 국정감사가 진행됐지만 눈에 띄는 정책 점검보다는 ‘지역구 민원’이나 ‘핫이슈’에만 매몰된 국감으로 마무리되면서 경기도 공직자들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경기도청에서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를 제외하면 이형철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이 가장 많이 답변석에 섰다. 국감 직전 논란이 된 ‘연예인 설리 사망 관련 동향 보고서 유출’ 문제를 놓고 여러 의원들이 소방재난본부의 관리 소홀을 지적하면서 잇따라 질문 공세를 퍼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이 동향보고서 작성과 유포 등과 관련해 내부 매뉴얼이 만들어지지 않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비슷한 결론과 질의를 반복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하면서 도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자신의 지역구 민원에 대해 소중한 질의 시간을 할애한 의원들의 수도 적지 않다.
자신들의 지역구에서 불거지고 있는 개발사업과 관련해 지역구민들의 반대 입장을 이재명 지사에게 어필하면서 국감을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지역구의 교통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이 밖의 의원들 중에서도 대다수는 자신의 질의 시간을 이재명 지사의 재판과 관련된 질의 및 사회 각층의 탄원서에 대한 적절성 등을 질의하면서 경기도정이 아닌 이 지사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는 양상도 보였다.
국감 이전 의원들의 각종 자료 제출 요구로 인해 도가 준비했던 답변 자료가 수천 건에 달했음에도 도가 중점을 기울이고 있고 발전적 논의가 필요한 정책들인 ‘임대주택 확대사업’이나 ‘3기 신도시’ 관련 내용, ‘행복마을관리소’ 등 대다수의 도 주요 정책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도의 한 공무원은 "매번 국감이면 많대은 양의 자료 준비를 위해 연일 밤샘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번 국감의 경우 방역이 겹치면서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막상 준비했던 대다수의 답변자료는 꺼내 보지도 못해 허탈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지사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으로 인해 도 소속 공무원들이 연일 총동원되고 있어 국감 연기 및 취소를 요구했고, 이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예정돼 있던 경기도 국감을 취소했지만 행안위는 강행했다.
경기도통합공무원노동조합 소속 30여 명은 이날 도청 신관 입구에서 집회를 통해 행안위의 국정감사 중단을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진욱 기자 panic8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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