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2017년부터 도내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석식 제공 중단’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석식 제공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가 이어지면서 애꿎은 학교만 피해를 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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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도교육청과 도내 일선 학교 등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그해 1월 도내 고교에 발송한 ‘2017년 고등학교 급식 운영 방향 안내’ 공문을 통해 ‘학교급식의 점심시간 제공 원칙’ 준수 및 ‘석식 제공 중단’을 권고했다. 당시 도교육청은 식중독 등 위생·안전사고율을 비롯해 급식실 직원들의 산재 발생률이 높은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전체 472개 고교 가운데 12.3% 수준인 58개 교(기숙사 운영교 제외)에서만 석식을 운영했다. 석식을 이용하는 학생도 42만3천53명 중 2만3천1명(5.4%)에 불과했다.

그러나 해당 정책이 같은 해부터 고교 교육 정상화 방안의 일환으로 도교육청이 시행한 ‘야간자율학습 폐지’에 따른 일방적 조치라는 반발과 함께 석식 운영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석식을 운영한 고교는 전체 474개 교(39만3천432명) 중 72개 교(15.2%·2만8천263명)로 오히려 전년도보다 증가했다.

올해는 475개 고교(36만6천113명, 올 3월 기준) 중 14.7% 수준인 70개 교(2만2천861명)로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지만 2년 전보다는 많은 수를 보이는 등 학부모들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일선 학교에서는 여전히 석식 운영 중단 정책이 정착되지 못했다.

특히 올 2학기부터 ‘고교 무상급식’이 전면 시행된 이후 학부모들의 석식 운영 요구가 더욱 커지면서 학교들의 고충 역시 늘고 있다.

도내 A고의 경우 "점심 급식 비용 부담이 줄어든 만큼 저녁 급식 비용이 얼마든 지불하겠다"는 학부모들의 석식 요구가 이어지면서 전체 660여 명의 재학생 가운데 23%가량인 160여 명에 대한 석식이 운영되고 있다.

A고 인근 학교들도 해당 사례를 접한 학부모들의 요구로 인해 석식 운영에 나서는 등 이 같은 상황은 도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 영양교사는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석식을 운영할 수 있지만, 문제는 각 학교마다 석식을 먹는 학생 중 야자에 참여하는 인원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부득이 석식을 운영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저녁을 먹은 뒤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을 보면 교육자로서 자괴감마저 느껴진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서의 석식 운영 지양이 원칙이지만, 석식 중단을 강제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며 "올 2학기 석식 운영 현황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뒤 학교들과 함께 대책을 논의해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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