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와 강원도 전방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해 군·관이 협력해 방역초소를 운용 중인 가운데 방역초소에서 근무 중인 육군 장병들이 야간에 화재를 식별하고 신속한 신고 등으로 큰 사고를 예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담의 주인공은 제5공병여단 돌풍대대의 이현빈 상병, 김민중·이중현·이주홍 일병 등 4명의 장병이다. 

이들은 지난 15일 오전 2시 50분께 여느 때와 같이 포천시 노곡리 일대 마을 초입 및 돼지축사 입구에 설치된 방역초소 2곳에서 임무 수행 중 멀리서 작은 불빛과 함께 주변이 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돼지축사 입구 초소에 있던 이현빈 상병과 김민중 일병은 처음에는 자동차 라이트인 줄 알았으나 연기가 안개처럼 자욱하게 퍼져 있고 주변에 있는 개와 소들이 크게 울어 자세히 살펴보니 200m 정도 떨어진 양계장 비료창고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했다.

김 일병은 즉시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한 뒤 가지고 있던 소화기로 진화하려 했으나 불길이 작지 않아 자체 진화가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마을 초입에 있던 이중현·이주홍 일병에게 소방차가 빠르게 화재 현장으로 올 수 있도록 교통 통제를 요청했고, 이들은 큰 길가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에게 화재 현장 위치 안내 및 차량 유도를 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다행히 화재는 소방대원들에 의해 추가 피해 없이 진화됐으며, 장병들의 신속한 신고와 차량 유도 덕분에 어두운 소로길을 헤매이지 않고 더 큰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지점 근처에는 돼지와 소를 키우는 축사 및 양계장 등이 몰려 있어 초기 진화가 되지 않았을 경우 가축과 시설 등 재산피해는 물론 인근 산림까지 피해가 확대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포천소방서 이동면 119지역대 관계자는 "화재 초기에는 대다수 신고자들이 ‘오인 신고가 아닐까’하는 불안감 때문에 주저하는 경향이 많은데, 장병들은 신속한 신고와 더불어 침착하게 현장 안내를 해 줘 대형 화재로 번지기 전 빠르게 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감사와 격려의 말을 전했다.

최초 신고한 김민중 일병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군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며, 인명피해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포천=박덕준 기자 pdj3015@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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