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감수성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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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 감수성 판결
  • 김종국 기자
  • 승인 2019.10.22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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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대법원이 성희롱 민사사건을 다룬 판결에서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래, 성인지 감수성 관련 고소·고발이 최근 줄을 잇고 있다고 법조계는 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합의된 기준이나 공식적인 정의, 명확한 개념 등이 우리 사회에서 정해진 것은 아니어서 앞으로 가야할 길이 많다. 다만 당시 대법원 재판부가 "성희롱 관련 소송 심리를 할 때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라고 밝힌 부분을 통해 법조계와 시민들은 성인지 감수성이 대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그 정도를 가늠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전문가가 말하는 성인지 감수성은 크게 다음과 같다. 성범죄 사건을 다룰 때 피해자가 처한 상황의 맥락과 눈높이에서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성 관련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고, 피해자의 진술 증명력을 사법당국이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성 있고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하기 어려운 세부적인 사항을 상세하게 묘사한다면 증거력이 충분하다고 인정된다. 진술이 다소 모호하거나 일관성이 없더라도 섣불리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최근 성인지 감수성 관련 판결들은 보여준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고 문제 제기를 하는 과정 자체에서 피해자가 불리한 처지나 여론에 처하는 2차 피해를 입는다는 현실도 성인지 감수성 재판에서는 인정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추가 피해를 우려한 가해자와의 평소 관계 등을 충분히 따져서 피해자의 성범죄 대처 정도나 대처 양상이 ‘소극적’이라는 식의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도록 사법부는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피해자 진술의 우월적 증거 인정이라는 성인지 감수성 판결을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모처럼 찾아온 높은 수준의 성적 자기결정권 발현과 성평등 인식이 우리 사회를 한층 더 성숙하게 이끌어 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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