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수준인 1.25%로 인하했다. 예정된 수순이었다. 경기 둔화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2.7%로 잡았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1월), 2.5%(4월), 2.2%(7월)로 계속해서 낮춰왔다. 이제는 2% 성장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진다. 설상가상 8∼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마저 마이너스를 기록, 저성장·저물가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도 기준금리를 1.75∼2.00%로 0.25%p 내렸다. 한은으로선 금리인하 여력이 확보됐는데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정책 효과다. 물론 대출받은 가계와 기업은 이자 부담이 감소하는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게 끝일 것 같다. 지금처럼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승수’가 낮은 상태에선 경기활성화는커녕 ‘대출액 증가와 대출자 부실화’라는 장기적 과제만 떠안을 공산이 높다. 복합적 처방이 절실한 이유다.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기가 어려울 때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보강하고 경제에 힘을 불어넣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당연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기간과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 만성적이고, 무분별한 재정확대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도 천문학적인 재정지출이 생산적·혁신적 부문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부실채권과 실업률, 국가의 재정상태를 악화시킨 게 주요 골자다. 

 지금 우리 모습도 경제 여건부터 인구구조 변화, 심지어 정부 정책까지 일본의 과거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듯하다. 우선 현 정부의 재정지출은 성장률을 견인하는 방향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공공부문에 대한 지출이 만성화되면서 시장의 역동성만 훼손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실패에 대한 반성 없이, 매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그들의 경로를 반추하며 반대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해야 장기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갈 길은 명확해진다. 비효율적인 정부와 산하기관 몸집을 확 줄여 혈세 낭비를 최소화하고, 규제개혁·노동개혁·구조조정 같은 특단의 조치로 시장원리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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