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아시안게임 개최와 세계 제일의 국제공항이 있는 3대 광역시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적으로 매우 낙후돼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서울·경기와의 근접한 교통 상황으로 인해 문화 욕구가 외부로 유출되는 현상뿐 아니라 지역 간 불균형으로 인한 내부적 단절 현상도 심화돼 있습니다. 또한 문화를 향유할 프로그램 및 시설 공간도 매우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역사적·문화적으로 활용할 만한 콘텐츠가 많은 인천임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인천의 청년예술인들은 2016년 ‘청년문화대제전’을 기획하며 이 같은 문제의식을 던졌다. 이들은 인천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예술인이 있음에도 한곳에 모이기 어려운 현실을 직시했고, 흩어져 있는 청년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갖추고 문화 프로그램과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은 그 해답을 얻었을까. 

 본보와 인천문화재단은 청년문화 활성화를 위한 그동안의 노력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인천과 타 시도의 청년공간에서 찾아본다. <편집자 주>

 

인천 청년문화대제전 행사 사진.
인천 청년문화대제전 행사 사진.

최근 몇 년간 인천에서는 청년 중심의 토양을 기르기 위한 시도들이 시작됐다. 인천시는 ‘청년이 함께 하는 희망도시 인천’을 비전으로 세우고 청년이 주체가 되는 도시, 일자리가 있어 청년의 꿈이 실현되는 도시, 주거·복지·문화가 보장되는 살고 싶은 도시를 목표로 삼았다. 

청년문화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도 보다 넓어졌다. 올해 청년정책 시행계획 중 문화 분야 추진과제는 청년예술가 지원, 청년문화의 장 조성, 청년고객의 예술문화활동 지원 등이다. 청년활동 지원과 거점공간 운영, 청년활동 기반 조성사업을 기반으로 청년예술인을 육성하고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들이 이뤄졌다.

인천문화재단의 신진예술가 발굴 지원사업은 예술계의 진입 장벽을 낮춰 청년예술가들의 진입을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기획공모와 역량 강화, 결과 보고까지 연결한 창작 기반 활성화를 도모했다. 

공모단계인 ‘바로 그 지원’은 프레젠테이션과 공개 인터뷰 심사 과정 등을 통해 총 30건의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최대 300만 원까지 예산을 지원한다. 프로젝트 지원금부터 결과 발표 장소, 협업 기획자·연출가 매칭, 작가 육성 프로그램 지원 등이 이뤄진다. 

이 사업이 의미 있는 것은 공모 선정 여부를 떠나 모든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개별 역량 강화’ 워크숍과 컨설팅,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는 점이다. 마지막 프로젝트 결과 발표 단계에서는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거점을 선정하는 등 고정적인 형식을 탈피한 발표의 장을 만들었다.

인천 청년문화대제전 행사 사진.
인천 청년문화대제전 행사 사진.

상대적으로 지원 프로그램에 접근하기 어려운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도 이뤄졌다. ‘청년예술인생애처음지원’은 공공지원금을 받은 경험이 없는 만 19세 이상 35세 이하 청년예술인의 예술계 진입 장벽을 낮추고 창작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은 문학, 시각, 연극, 무용,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다. 

데뷔 10년 이하, 만 35세 이하의 청년예술가들을 대상으로는 인천형 예술인 공모의 일환으로 ‘유망예술가 활동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공모에 선정된 시각과 공연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예술가들은 최대 2천만 원까지 지원받아 활동할 수 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열린 ‘인천 청년문화대제전’은 청년들의 요구가 표출되는 계기가 됐다. ‘청년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청년예술가와 활동가들의 요구가 행사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이어졌다. 이들은 예술 역량을 표출하는 것뿐 아니라 청년문화의 중요성을 말했고, 지역에 대한 시각과 일자리 등 현실적인 고민을 거침없이 털어왔다. 행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제시한 청년들의 이 같은 목소리로 인해 청년정책의 주도성을 보다 높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인천에서 조성됐다.

지금까지의 노력들은 청년예술가의 성장과 문화 네트워크를 잇는 윤활유 역할을 했고 이제는 확장성에 대한 고민으로 발전했다. 인천에서 문화를 누리기 원하는 청년들의 욕구와 네트워크, 거점공간 활성화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연구원이 인천 청년 2천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청년실태조사’에서 청년 문화생활 활성화를 위한 필요 정책 수요는 질 좋은 프로그램 개발이 30.3%로 가장 많았고, 다양한 문화시설 조성이 25.8%로 뒤를 이었다. 프로그램의 경우 최근 1년간 문화예술교육 경험을 묻는 질문에 ‘없다’가 83.6%, 문화예술동호회 활동 경험도 ‘없다’는 응답이 89.5%로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시의 ‘인천 청년실태조사 및 청년정책 기본계획 수립 용역’ 중간보고에서는 인천 청년정책 문화사업이 나아갈 방향으로 청년이 주도하는 문화행사 확대를 제시했다. 부산시의 부산청년주간, 청년문화박람회, 거리예술축제와 대구시의 대구청년주간, 청춘힙합페스티벌 등 청년이 참여하거나 주도하는 문화행사가 사례로 나왔다. 

인천 청년문화대제전 행사 사진.
인천 청년문화대제전 행사 사진.

청년들의 다양한 문화활동을 위한 거점공간 필요성도 제시됐다. 청년실태조사에서 청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문화공간 중 문예회관, 박물관, 미술관은 서울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천에서는 영화관과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돼 다양한 문화공간과 청년전용공간 조성이 과제로 꼽혔다. 서울의 경우 청년청, 청년교류공간, 무중력지대, 우리동네 무중력지대 등 거점형과 지역밀착형 청년공간을 지속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대구시는 예술창작공간 인프라를 조성하고 청년문화공간별 기능 특성화와 상호 연계를 강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에서도 2017년 문을 연 유유기지와 옛 인천여고를 리모델링해 청년문화창작소가 조성됐다. 남동구 청년창업지원센터는 청년기업이 위탁운영을 맡는 첫 사례가 나왔다. 청년이 중심이 돼 문화를 향유하고 나누는 시도는 서구의 서점잇다, 미추홀구 사담공간 소담, 부평구 청년인력소 등 인천 곳곳에서도 피어나고 있다. 

이 공간들은 관에서 조성한 청년 거점공간이기도 하고 청년이 주도적으로 조성한 공간, 청년들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공간이기도 하다. 성격과 모습은 다르지만 이들 공간의 고민은 같은 곳을 향한다. 청년이 중심이 돼 관계를 잇고, 그 속에서 생각을 나누며 청년들이 보다 재밌고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모여 청년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는 곳. 청년들이 필요한 공간, 바라는 공간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재단 관계자는 "재단에서는 청년들을 문화정책과 기획의 참여 주체로 상정하고 여러 사업을 진행해 왔다"며 "앞으로도 청년층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문화권 확장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의 자유로운 문화와 사회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공간과 정보, 자원이 충분히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사진=<인천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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