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란 주는 쪽이나 받는 쪽에 우쭐함이나 부끄러움이 섞이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우산을 받쳐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이다.’ 인천시 남동구 구월문화로 상인회 이종우(58·갈매기의 꿈 주인)회장이 ‘먹감골 문화의거리’의 새로운 탄생을 시도케 한 안받침이다.

상인회는 오는 26일 결성식을 열고 문화로 상점가 상인회로 거듭난다. 때맞춰 문화예술회관 앞∼수협사거리 250m의 3∼4차로 도로를 막고 예술인이 꾸미는 한마음 축제를 연다. 이번 축제는 가을철이면 동네마다 으레 있음직한 그저 그런 행사가 아니다. 처연하고 절박한 현실을 딛고 상생의 미래로 일으켜 세우자는 자성적 출발점이다.

이 회장이 문화의거리에서 장사를 시작했던 12년 전 4억 원하던 4층 건물이 10억 원으로 뛰었다. 120만 원했던 82.5㎡짜리 후미진 가게의 사글세가 2∼3년 새 160만 원으로 올랐다. 목 좋은 가게의 세는 280만 원에서 380만 원까지 한다.

"월세를 올리면 건물주는 당장의 이익을 보겠지만 장기적으로 손해죠." 세입자 입장에선 올라간 월세만큼 양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려 물건을 팔아야 하고, 그러다 보면 손님이 줄어 결국 가게를 접고 떠날 수밖에 없다. 밴댕이 골목과 이웃한 가구거리의 공실이 그 결과라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다행인 것은 문화의거리 건물주의 50%는 외지인이 아니라 상가건물 꼭대기 층에 사는 토박이라는 사실이다. 아등바등 살면서 용케 건물주가 된 이들이라 세든 사람의 서러움을 읽을 줄 안다.

최근 상생을 얘기하면서 건물주와 세입자 간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125개 상점주 중 80%인 100여 군데가 상인회에서 활동할 정도로 공유의 관계도 깊어졌다.

이번 축제도 기획사 없이 상인회 스스로 기획과 홍보, 음향까지 도맡았다. "남의 머리와 손을 빌려 하는 일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서툴고 왜소할지라도 터를 밟고 있는 사람들이 주인이 돼서 땀 흘릴 때 오래갈 수 있는 법입니다."

이 회장은 이번 축제를 주최하는 한 축인 인천시 소상공인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와 함께 ‘문화의거리의 본모습’을 찾을 계획이다.

첫걸음으로 전봇대와 쓰레기, 입간판에 빼앗긴 보행로를 손님들에게 더 많이 돌려줄 요량이다.

온종일 차량을 세워놨다가 그냥 가 버리는 무료 노상주차장을 지난 3일 유료로 돌렸다. 늦가을 홍시를 떨궈 거추장스러운 감나무 가로수도 키 작은 나무로 바꿨으면 하는 생각이다.

 "문화의거리는 예전 ‘록뿐만 아니라 예술의 성지’였습니다. 홍대에서 밀려난 가난한 젊은이들이 이곳의 지하실에서 목청껏 노래하고, 만화와 그림을 실컷 그렸습니다." 젊은이들이 일구는 오래된 가게들의 거리, 이 회장이 그리는 구월문화로의 모습이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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