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바로바로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타인의 평가에 신경 쓰며 좋은 인상을 주고 싶다는 강박이 강할수록 웃는 얼굴 뒤에 상처받은 본모습을 숨기는 경우가 잦다. 이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다수 사람들이 매일 같이 경험하는 일상이다. 이처럼 누구나 어두운 자아 하나씩은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때문에 여행이나 다양한 취미생활로 스트레스를 풀며 감정의 찌꺼기를 해소하는 일은 중요하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해피 어게인’은 억눌린 감정이 임계치에 도달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다. 우울감과 정서적 고통이 극에 달해 스스로를 썩어 가게 할 때 어떤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 영화는 한 부자(父子)를 조용히 따라간다.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빌은 1년 전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인생의 전부와도 같았던 부인을 잃은 상실감은 그를 병들게 했다. 빌의 아들 웨스도 아버지처럼 애써 편안한 얼굴을 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려 노력했다. 자신보다 더 슬퍼하는 아버지를 위해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모두 잠든 밤에 남몰래 껴안을 뿐이었다. 

그런 웨스에게 친구들과의 방과 후 스포츠 활동은 위로가 됐다. 전학 간 학교에서 크로스컨트리라는 운동을 통해 극한의 고통 뒤에 찾아오는 기쁨과 성취감도 맛보며 가슴속 응어리를 해소하는 나름의 방법을 찾아낸다. 하지만 아버지에게는 차도가 없었다. 학교장의 권유로 우울증 치료도 받아 봤지만 상태는 더욱 악화될 뿐이었다. 잠시 약의 도움으로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인연을 찾은 듯도 보였지만 빌은 행복한 감정을 오히려 죄책감으로 여겼다. 그 결과 신경쇠약에 빠져 살아 숨 쉬는 것조차 슬퍼 보일 만큼 삶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무너져 내리는 빌을 보는 것은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고통이었다. 특히 아들 웨스에게는 더욱 그랬다. 슬픔이 집어삼킨 삶이 고통뿐이라면 무엇이 옳은 선택일까? 어떤 방법이 행복에 가장 가까운 결말일까? 

2018년 개봉한 영화 ‘해피 어게인’은 슬픔을 이겨 내려는 사람들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는 슬픔이나 우울의 원인을 회피하기보다는 아픔을 직시하고 주변과 나누는 방법으로 해소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정면으로 상처를 바라보는 일은 아픔을 극대화할 수도 있겠지만, 온전히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는 것이 슬픔 그 자체에 대한 연민에서 벗어나 행복한 오늘을 살 수 있는 길임을 조언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빌의 곁에는 그를 기꺼이 도와줄 사람들이 있었듯, 혼자 슬픔을 껴안기보다는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도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이라 말하고 있다. 

비록 이 영화는 손쉬운 해결법을 제시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상실이나 아픔 뒤에는 또 다른 기쁨이 기다리고 있으니 삶을 포기하지 말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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