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사회
심너울 / 그래비티북스 / 1만4천 원

2043년. 급격한 기술 혁명으로 대부분의 일자리는 인공지능이 대체하고 있고, 첨단기술 회사들이 약속한 유토피아는 결국 도래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가치가 없는 매우 사소한 노동집약적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최소한의 기본 생필품이 제공되는 복지카드로 살아가며, 잡일을 통해 복지카드로 살 수 없는 물건을 구매한다. 

SF 장편소설 「소멸사회」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과학기술과 우리 사회의 단면을 낱낱이 이야기한다. 2020년생들이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디딜 2050년대를 배경으로 기술의 진보가 야기한 이중적인 모습을 우리 사회에 대입해 들여다본다.

이 책에 등장하는 민수와 수영 그리고 노랑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현 시점에서 우리가 바라보고 느끼는 현실과 크게 차이가 없다. 생계가 어려워 고등학교 진학을 주저하는 민수는 비록 사는 곳도, 가정 형편도 넉넉지 않지만 길고양이 밥을 챙겨 주는 따뜻한 마음씨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넉넉하다. 서울 중산층 출신으로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수영은 어렵다고 하는 3대 언론사 주요 공채를 한 번에 통과할 만큼 유능하고 성실하다. 하지만 그런 수영도 막상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일을 하면서 자신의 강한 신념만으로 살아가기에는 세상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닫는다. 노랑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은 여유로운 가정 분위기 덕분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요양원에서 꾸준히 봉사활동도 하고 그러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해 스타트업을 시작한다. 언뜻 보면 노랑은 평범한 우리들의 시샘을 살 만도 하지만 노랑의 말과 행동은 차마 미워할 수가 없다. 

민수와 수영, 노랑이 겪는 각자의 삶을 통해 지금의 자신과 우리 주변 사람들을 떠올려 볼 수 있다. 동시에 이야기 곳곳에는 2050년대에서 지금 2019년을 회상하는 장면이 등장해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30년 전이었던 1990년대. 당시 신세대라 불렸던 세대들은 어느덧 중장년층이 돼 1990년대의 낭만을 되새기며 향수에 젖는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 아! 2050년대에는 지금을 이렇게 기억하겠구나!’하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바다, 우리가 사는 곳
핫핑크돌핀스 / 리리 / 1만6천 원

2011년부터 해양동물의 자유를 향한 여정을 함께 해 온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그들이 만난 해양동물의 삶을 보여 주는 책을 펴냈다.

 수족관 돌고래 해방 운동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왜 잘 지내는 돌고래를 풀어줘야 하느냐며 불편해했고, 사람도 살기 힘든데 돌고래까지 신경 쓰느냐며 뜬금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채 10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족관 돌고래 야생 방류를 지지하고 있다. 돌고래 제돌이를 시작으로 한국은 수족관에서 쇼를 하던 돌고래 일곱 마리를 바다에 돌려보냈다. 좁은 수조에 갇혀 고통받는 돌고래들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이 퍼져 나가 조금씩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이 책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동물을 비인간 인격체로 보는 기준은 무엇인가. 돌고래 쇼가 신기했던 예전과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도 야생동물일까.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해양생물을 그저 ‘이용할 자원’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좋은 친구로 여기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
제이미 커츠 / 쌤앤파커스 / 1만7천 원

‘요즘 여행자들이 누리고 있는 편리함과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정보들이 정작 여행자의 행복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심리학의 흥미로운 연구와 실험 결과들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욱 행복한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 답해 주는 책이 나왔다. 막연히 떠나고 싶은 상상이 구체적인 여행 계획으로 이어지고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 속에서 그곳의 일부가 된 듯 녹아들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시 돌아와 여행지에서의 경험을 추억하는 이 모든 과정들 곳곳에서 인간 심리의 다양한 측면을 세밀하게 포착해 낸다. 

 나와 맞는 여행지를 선택하는 법, 예산을 세우고 지출 계획을 세우는 법, 여행 파트너와의 갈등에 대처하는 법,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온전히 몰입하는 법, 새로운 문화를 천천히 음미하는 법 등 귀가 솔깃해질 만한 여행의 조언들을 가득 담고 있다. 

 이 책은 더욱 행복한 여행을 도와주는 훌륭한 심리서이자 동시에 우리의 여행 같은 삶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지침서이기도 하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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