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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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의 몰락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19.10.24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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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요즘은 꼭두 새벽마다 아침 식사가 배달된다죠?  아니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어느 모임에서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그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스마트폰 사용도 아직 어눌한데다 평생을 부인이 아침을 챙겨줬으니 아침식사 배달을 납득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정보기술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이제는 퇴근하면서 다음 날 아침 메뉴를 고르고 아침에 배달된 음식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젊은 층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식사 준비를 생략할 수 있어 시간을 벌 수 있고 식사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크게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새벽 배송 사업도 점차 전문화가 돼서 처음에는 신선 식재료만 취급하다가 이제는 아예 조리된 상태에서 배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변화는 마트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동네 규모 있는 마트에 가보면 간편 냉장 혹은 냉동 식품이 냉장고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긴 조리 시간을 요구하는 탕이나 찌개 그리고 국에서부터 간단한 나물무침에 이르기까지 상품의 종류도 없는 것이 없지만 전국 모든 맛집의 음식들이 이미 조리가 돼 진열돼 있다. 정말 취급하기도 쉽고 요리하기도 쉽다. 대부분 그냥 몇 분이면 바로 식탁에 올릴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렇게 된 원인은 몇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현대인의 바쁜 일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일 수 있다. 촌각을 다투며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대 일상에서 식사를 위해 신선 식재료를 구하고 긴 시간을 들여 조리하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이러한 현대인의 식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에는 동네 반찬가게에서 시작해 이제는 기업 차원에서 대응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혼자 하는 문화가 일반화됐다는 점이다. 젊은 층들이 스마트폰으로 늘 SNS를 하다 보니 이제는 혼자 있는 것이 익숙하게 됐고 결국 혼밥, 혼술, 홀로 여행 등이 오히려 익숙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인터넷 유튜브에서 먹방이 유행하고 있을 뿐더러 실제 식당가에서도 혼자 먹고 마실 수 있도록 꾸며 놓는 술집이나 식당도 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조리 기구도 혁신적으로 개선된 영향도 있다. 모든 집에 하나씩은 있는 마이크로 웨이브의 경우 조리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했고 간소화했다. 

누구나 그냥 집어넣고 몇 분만 돌리면 맛있는 요리가 튀어나오는 만화 같은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영향은 아무래도 인터넷과 같은 정보기술의 발전이 크다. 배송회사들은 일반 음식점에서 음식 배달하는 것에서부터 진화해 이제는 주기적으로 끼니에 맞춰 조리된 음식을 아예 음식 공장에서 배달하게 된 것이다. 고객과 음식공장과의 효율적인 접점, 이것은 결국 인터넷과 스마트폰과 같은 정보기술 발전에 의한 결과이다.

새벽 배송 산업이 커지자 상대적으로 마트 시장이 급속하게 위축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마트인 이마트는 영업 손실이 올해 2분기 약 300억 원 수준으로 돌아섰고 롯데마트도 2분기에 약 34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어쩔 수 없이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고 온라인 사업 비중을 늘리고는 있지만 후발자로서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평가이다. 하지만 대조적으로 새벽 배송 선구자인 마켓컬리 같은 새벽 배송 업체는 2018년 매출이 3년 만에 1천800억으로 60배 성장한 기업이다. 올해는 4천억 매출을 한다고 하는데 전문화된 고객 맞춤 서비스를 개발해 공격적으로 사업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그러나 마트도 마트지만 무엇보다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바로 전통시장이다. 전통시장은 그동안 마트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나 이제 더욱 급속하게 몰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에서도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마트의 휴일 강제휴점, 주차장 정비, 청년 창업 장려 등 다양하게 지원해 왔으나 이제는 근본적으로 생각을 바꿔야 할 때다. 이를 살리고자 한다면 전통시장에 예전과는 다른 특성화가 필요하다. 예컨대 전통시장이 갖는 놀이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능을 발굴하고 정보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통해 고객을 유인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벽배송 시장과 함께 배송전문 레스토랑이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소위 부엌 공유라고 하는데 부엌을 같이 공유함으로써 공간 비용을 비약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배달을 전문으로 한다면 굳이 비용이 많이 드는 음식점 매장 관리를 할 필요가 없고 아예 조리 부엌도 여러 음식점이 함께 공유하게 되면 비용은 더욱 줄일 수가 있게 된다. 오히려 요리에 전념할 수 있게 돼 저렴한 비용에 양질의 음식을 공급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우리의 음식 및 조리 문화가 크게 변화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진화가 지속된다면 우리 식생활문화는 어떻게 될까? 집에서 요리할 필요가 없으니 조리에 들어가는 시간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가옥 구조도 부엌보다는 다른 용도로 활용하게 될 것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시작된 정보시대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다. 변화에 머뭇거리면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우리 몫이 된다. 그때 그 어르신이 갖고 있는 과거의 생각을 갖고는 결코 변화를 이겨낼 수 없을 것이다. 짧은 미래에 우리 식생활 변화뿐 아니라 주택구조 변화가 나타날 것이고 이는 결국 우리 문화 그리고 우리 생각까지도 필연적인 변화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세상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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