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해부터 야심차게 추진한 필리핀 신공항 개발사업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23일 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필리핀 산미구엘(社)과 17조 원 규모의 필리핀 신공항 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산미구엘과 개발사업을 공동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필리핀 마닐라 신공항 사업은 연간 여객 1억 명(최종 단계) 규모로 설계됐다. 총 사업비는 17조5천억 원으로 1단계 사업비만 7조 원에 달한다. 최종사업자로 선정되면 향후 50년간 공항 독점운영권을 갖는다.

산미구엘은 2016년 마닐라 신공항 개발사업을 필리핀 정부에 제안한 민간기업이다. 2017년 우선제안자 지위를 확보했고, 필리핀경제개발청(NEDA)의 사업타당성 조사를 거쳐 지난해 사업승인을 받았다. 지난 9월에는 필리핀 교통부(DOTR) 간 양허계약(권리·운영)을 맺고 개발사업을 본격화했다.

공사는 MOU 체결 이후 산미구엘의 사업 선정을 위한 공항 운영 노하우 등을 지원했다. 또한 필리핀 현지에서 산미구엘과 사업계획과 수주 마케팅, 추진 방안에 대해 협의를 지속했다.

공사는 필리핀 신공항 운영 참여가 이뤄지면 건설, 설계, 기자재 수출, 공항 운영 등 전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최근 산미구엘은 공항운영사 및 투자사에 대해 공개입찰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MOU를 통해 우선협상 지위를 유지했던 공사는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관련 업계는 산미구엘이 신공항을 자체 운영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읽고 있다. 전문 자회사 형태로 구축하고 입찰을 통해 투자 및 공항운영 자문사를 모집한다는 것이다.

현재 산미구엘은 필리핀 신공항 마스터플랜 수립 및 공항시설 기본설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실시설계 업체도 조만간 선정할 계획이다.

공사 관계자는 "필리핀 신공항 개발사업과 관련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산미구엘 측과 현지에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공개입찰공고와 사전계약정보 등을 추가 확보하고 인천공항이 필리핀 신공항 운영사로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공사는 사우디 제다공항 위탁운영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올 2월 사업자 입찰공고가 예상됐지만 현재까지 지연되고 있다. 공사는 입찰공고가 나오면 적극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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