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반(殘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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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반(殘班)
  • 전정훈 기자
  • 승인 2019.10.25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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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정치에서 몰락해 농민과 같은 생활을 하게 된 양반을 이르는 용어로, 조선후기 붕당정치가 나타나면서 중앙 정계에서 소외됐거나 경제적으로 몰락하게 된 양반계층을 말한다. 조선 후기 농민층이 분화되고 경제적 변화가 나타나면서 몰락 양반들도 나무를 해다 팔기도 하고,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는 살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지역적으로 충청도와 전라도에 많이 분포돼 있었으며, 서울의 경우에는 대체로 남산 기슭 일대에 모여 살기도 했다. 이들은 기본적인 학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지방에서 학동을 가르치는 서당의 훈장이나 개인 독선생으로 했으며, 정권에 대해 불만을 품고 익명서나 괘서 등으로 예언사상을 퍼뜨리면서 사회 변혁을 꿈꾸기도 하는 등 사회 비판세력이 되기도 했다. 

최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원 생활하면서 많이 지쳤고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조국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한 국면이 67일 만에 끝났는데,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는 결국 여야 모두를 패자로 만들 뿐이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정치의 상호부정, 검찰이 정치적 이슈의 심판까지 자처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져, 처음 품었던 열정도 소진됐고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운 마음으로 국회의원을 더 한다고 우리 정치를 바꿀 자신이 없다"고 밝혔다. 우리 정치는 지독하고 모질고 매정하고, 상대에 대한 막말과 선동만 있고, 숙의와 타협은 사라졌으며, 여야당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 모두의 책임이고 이런 정치는 공동체의 해악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정치권을 바라보면서 이 의원이 ‘왜 그리 자주 NG를 내고, 눈물을 감추고 , 마른 입술을 깨물어야 했을까요’라는 전동균 시인의 ‘행인 3’을 인용하며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는 이 의원의 이야기가 다시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조선 후기 붕당청치가 나타나면서 중앙 정계에서 소외된 잔반처럼, 다음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외면을 받지 않기 위해 남은 임기만이라도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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