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과 반목에 지친 땅, 국방부 결자해지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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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과 반목에 지친 땅, 국방부 결자해지 목마르다
군공항에 발묶인 화성 화옹지구를 가다
  • 박종대 기자
  • 승인 2019.10.25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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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1시께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 일원. 어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에서 서해안 바닷가 쪽으로 연결된 화성방조제 안쪽으로 광활한 대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한국농어촌공사가 1991년부터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에서 우정읍 매향리까지 9.8㎞의 바닷물을 막아 대규모 간척농지를 만들려고 바다를 메워 만든 화옹지구다. 간척지 4천482만㏊와 화성호 1천730만㏊로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곳에는 무성하게 자란 갈대와 염분기가 있는 땅에서 생장(生長)할 수 있는 함초만이 드넓은 부지를 채우고 있을 뿐 아무런 인기척조차 들리지 않아 고요함만이 맴돌았다. 구름 낀 하늘에서는 인근 군공항에서 이륙해 훈련 중인 것으로 짐작되는 전투기가 지나가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지만 크게 신경을 거슬리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주변 언덕에 올라가 그 일대를 둘러보자 궁평항을 필두로 주변에 자리잡은 어촌마을과 우정읍 일대 농가를 비롯해 소규모 공장이 화옹지구 근처에 형성돼 있었다. 바다 건너편으로 충남 석문국가산업단지가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화옹지구 일대.
화옹지구 일대.

# 군공항 이전사업 하세월

국방부는 2017년 2월 화옹지구를 수원군공항 예비 이전후보지로 선정했다. 국방부는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통해 수원시가 제출한 수원군공항 이전건의서가 적정하다는 결론을 냈다. 이유는 명료하다. 일제강점기인 1945년 건설된 수원군공항은 1954년 우리나라 공군으로 이양된 후 현재까지 65년째 유지되면서 각종 우려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총부지 면적이 6.3㎢인 수원군공항은 내부에 군공항 시설과 체력단련장, 관사, 탄약고 등이 설치돼 있다. 처음 군공항이 들어오고 주변 지역은 병력이나 상시 출입하는 인원들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됐다.

그런데 인근 지역이 반세기 넘는 시간이 흐르며 대규모 택지개발이 진행되면서 현재는 지역주민과 아동·청소년에게 소음 및 학습권 피해와 더불어 재산권 행사에 지장을 주고 있다.

군공항 소음영향권에 포함돼 있는 초등학교는 수원 24개 교, 화성 8개 교로 총 32개 교에 이른다. 이곳에 다니는 성장기 학생 수만 해도 2만여 명에 달한다.

국방부도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지어진 지 65년이 된 수원군공항 이전을 추진 중이지만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수원시와 화성시가 군공항 이전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성시는 국방부가 해당 지자체 의견을 묻지도 않은 채 예비 이전후보지를 선정했다며 이전을 결사반대하고 있다. 특히 화옹지구 일대에 서해안 관광벨트 조성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 일환으로 경기도와 화성시, 한국수자원공사, ㈜신세계프라퍼티, ㈜신세계건설은 지난 7월 30일 경기도청에서 ‘화성 국제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화성 국제테마파크는 약 4조6천억 원을 투입해 화성시 남양읍 신외리 송산그린시티 내 동측 부지 418만9천100㎡에 조성된다. 향후 세계적인 테마파크와 휴양·레저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화성시는 군공항이 들어오면 군비행기 소음으로 인한 주민 및 가축농가 피해와 함께 생태계 파괴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현재 화성시는 우정읍 매향리와 서신면 제부리 등 화성호 내측 갯벌인 화옹지구 73㎢의 연안과 갯벌에 대해 람사르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추진 중이다.

화성지역 군공항 이전 반대 주민들은 군공항 이전을 희망하는 수원시에 이러한 내용을 항의하기 위해 대규모 집회와 1인시위를 열기도 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군공항 예비 이전후보지 지정 절차부터 화성시 의사가 반영돼 있지 않은데다, 선정 과정도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돼 있다"며 "이로 인해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화성시도 군공항 피해지역에 속한다. 국방부에서 군공항 이전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옹지구와 연결돼 있는 서해안 .
화옹지구와 연결돼 있는 서해안 .

# 통합신공항 새로운 대안 주목

반면 수원시는 더 이상 주민들이 군비행기 소음피해를 입게 놔둘 수 없다며 군공항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

예비 이전후보지 발표 이후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통합신공항(군공항과 민간공항을 결합한 형태)으로 추진 방향을 선회했다. 전국 광역자치단체가 민간공항을 1곳 이상씩 보유하고 있음에도 경기도내에만 전무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통합신공항 유치로 화성시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실제 아시아권에서 타이완 타이베이 송산공항과 일본 이바라키 공항 등 일제시대에 쓰던 군비행장 시설에 민간공항 기능을 추가해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사례도 있다.

시는 또 화성시와 주민들이 걱정하는 군비행장 소음 문제도 서해안 방향으로 군용비행기가 이륙하고 소음완충지역 내에서 착륙이 이뤄지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전사업 전체 부지인 14.5㎢ 중 11.7㎢에는 군공항 시설이 배치되며, 2.8㎢에는 군비행기 이착륙으로 인한 소음에 대비하기 위한 소음완충지역이 생긴다.

더욱이 수원군공항 주둔으로 인한 소음피해는 수원시민만의 피해가 아닌 화성시민도 그 대상에 속하기 때문에 서둘러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변한다.

수원시에 따르면 수원시에서는 18만6천여 명, 화성시에서는 6만6천여 명이 민간항공기 소음피해 보상법안 기준에 속하는 최소 75웨클(WECPN)에서 최대 95웨클의 소음에 노출돼 있다.

게다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이뤄지는 군공항 이전사업에서 발생하는 주민지원금 5천100억 원으로 기존 낙후돼 있는 화성서부권 개발을 위해 쓰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국방부에서 최적의 군공항 이전후보지로 판단해 예비 이전후보지로 발표한 만큼 더 이상 사업을 지연하기보다 두 지자체가 대화를 통해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며 "문제 해결을 늦출수록 군공항 인근 주민들의 피해만 커질 뿐"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두 지자체의 군공항 이전 여부를 놓고 견해차를 보이면서 사업지연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먼저 화옹지구 일대에 개발이익을 노리고 들어온 것으로 의심되는 벌집주택이다. 화옹지구와 반경 5㎞ 이내에 화성시 우정읍 원안리·화수리·호곡리 일원에 비슷한 크기로 지어진 주택이 좁은 땅에 수십 채씩 다닥다닥 붙어 있다.

더욱이 화성시는 이러한 주택 상당수가 보상을 노리고 우후죽순 들어오는 것으로 보이지만 법적 요건에 맞춰 건축 허가를 신청했기 때문에 불허할 수 없는 입장이다.

군공항 소음피해로 인한 막대한 배상금 문제도 있다. 그동안 군공항 소음 보상에 대한 관련법이 없어 피해 주민들은 소송을 거치지 않으면 보상받을 길이 없었다.

그런데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안’(군소음법)이 통과되고 국회 본의회 상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매년 의무적으로 소음피해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주민들에게는 소음영향도와 실제 거주기간 등에 따라 막대한 소음피해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개발이익을 노리고 들어선 것으로 의심되는 땅콩주택들.
개발이익을 노리고 들어선 것으로 의심되는 땅콩주택들.

# 국방부, 이제 매듭지어야 할 때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백혜련(민·수원을)국회의원의 수원군공항 이전 지연에 대한 지적과 관련해 국방부 정경두 장관은 "앞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정 장관은 "사업 진전이 미진한 부분에 대해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국방부 주관으로 진행하는 시민단체와의 간담회 계획을 잘 세워 진행하겠다"고 했다.

백 의원이 강조한 민군 통합공항에 대해선 "경기도시공사 용역 결과를 검토하겠다"고 답해 군공항 이전을 위한 다양한 방식이 논의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제 국방부가 수원군공항 예비 이전후보지를 발표한 지도 2년이 지났다. 이대로 사업을 지연시키면 두 지자체의 행정력 낭비와 갈등만 심화될 뿐이다. 게다가 향후 군소음법 제정 시 국가재정 부담 증가 및 군공항 개발사업 이익을 노린 부동산 투기세력 유입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군공항 이전은 오랫동안 전투기 소음에 시달렸던 지역주민의 숙원사업이자 군사력 저하를 막기 위한 국방부의 당면과제이기도 하다. 더 이상 이전을 지체하면 정부나 지자체가 입을 손실은 자명하다.

엉킨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 수원군공항 이전 문제를 국방부의 슬기로운 대처로 해결해야 할 시점이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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