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과 청소년이 다양한 예술 장르에 도전해 자신만의 무대를 꾸며 볼 수 있는 하남의 꿈의학교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지원하는 꿈의학교 ‘아름다운 행위’다.
아름다운 행위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학생들이 주체가 돼 스스로 연극, 공연, 난타, 율동, 뮤지컬을 배우고, 체험하고, 즐기고, 만들어 가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끼와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장소에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즐기며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주민들에게 나눔과 사랑을 실천한다.
# 체계적인 교육과정 눈길
지난해 꿈의학교에 지정된 아름다운 행위는 하남지역에서 학교폭력 예방활동 등 전문가로 활동하던 최대인 교장이 이끌고 있다.
최 교장은 지역에서 오랜 세월 동안 공연봉사활동을 자비를 들여 지속해 왔는데, 아이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꿈의학교라는 프로그램을 도교육청에서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그동안 쌓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어린이·청소년과 함께 공연봉사 프로그램을 구성하면 지역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세부 운영계획과 교육목표를 세워 접수, 최종적으로 교육청 승인을 받아 ‘아름다운 행위’라는 이름의 꿈의학교를 설립하게 됐다.
이 꿈의학교는 설립된 지 2년에 불과하지만 참여하려는 학생들의 경쟁률이 무척 높다. 올해 경쟁률만 해도 총 25명 모집에 55명이 신청했다. 그런데 신청하는 아이들을 외면할 수 없어 총 35명까지 인원을 늘렸다.
아름다운 행위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건 알차고 수준 높은 교육 내용으로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연간 280시간에 달하는 수업을 듣는다. 9월 말 취재진이 방문한 날에도 아이들은 난타 공연과 합창 연습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연극과 노래, 율동, 난타 등을 배워 지역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공연활동을 진행한다. 지역 축제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교육지역은 도내 전체를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김포·양평·광주·하남 등지의 학생들이 와서 교육을 받는 사례도 있다.
학생 모집은 도교육청이 운영하는 꿈의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매년 3월 입학 신청을 받아 선발한다. 우선 서류 접수를 받은 뒤 직접 수업 장소인 ‘고운최치원도서관’에서 학생과 만남을 갖고 면접 절차를 거쳐 참여 의지를 평가하고 최종적으로 뽑게 된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 예체능 분야의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다양한 체험활동에 참여해 보고 싶어 지원한 학생들이 많다.
올 5월 하남시가 주최한 어린이날 행사에서 ‘얘들아 놀자’라는 프로그램으로 참여해 학생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공연을 선보이거나 시민들에게 난타 공연을 전수했다.
아름다운 행위의 커리큘럼은 만화웹툰(공통수업), 방송댄스, 노래, 난타, 사진 등 5가지 분야로 구성돼 있다. 과목별 10∼20여 명씩 배정돼 수업을 듣고 있다.
학생들은 여러 가지 커리큘럼을 수강할 수 있다. 만화수업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더불어 그림상으로 캐릭터 표정을 실제 뮤지컬에 적용할 수 있도록 연기를 지도하고 있다. 학생들은 종이에 그림을 연습한다. 만화 그리는 기법을 배워서 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표현한다.
과목별로 전문적으로 전공한 교사가 1명씩 배치돼 있다. 연극 대본을 갖고 대사 및 연기 연습에 참여해 보면서 공연을 준비한다. 연극 대본 연습은 학생들이 전문녹음실에서 이뤄지는데, 자신이 녹음한 목소리 연기를 직접 들어보고 고쳐야 할 점을 피드백받는다.
난타수업은 2∼3시간씩 이뤄진다. 한 곡씩 연주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한다. 지난해 하남시가 주최한 시장기배 대회에서 난타분과 대상을 수상했다. 난타 공연은 기본부터 북을 치면서 박자를 맞추는 연습을 시작으로 실기 위주로 강의한다.
올 7월 하남청년회의소에서 주최한 ‘제27회 하남시 청소년 가요&댄스경연대회’의 축하공연에 서기도 했다. 이는 이곳 댄스팀의 경연대회 첫 참가이기도 했다.
#내 인생의 첫 무대를 만든다
만화웹툰은 연중 8∼10시간 수업(1회 2시간), 방송댄스는 한 달에 2∼3번씩 교육(1회 차 2시간)을 진행한다. 노래수업 올해부터 시작했는데 매주 2시간씩, 난타는 한 달에 1∼2번씩 1회 차에 3시간씩 강의를 한다.
사진수업은 난타수업이 있는 날 한 달에 2번씩 2시간씩 진행된다. 공연이나 일상생활에서 인상 깊었던 기록을 사진으로 남겨 이를 기사로 작성해 보기도 한다. 현직 기자가 참여해 취재 및 기사 작성법을 알려 준다. 두 달에 1번씩 교육한다.
지난해 사진반 학생들이 촬영한 사진을 엽서로 제작해 난타대회가 열리는 날 공연장 입구에 크게 액자에 넣어 전시하고, 엽서를 무료 배포하기도 했다.
교육의 최종 목표는 전체적인 수업을 통해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한 편의 뮤지컬 작품을 무대에 올려 보는 것이다. 1년에 한 번 연말께 공연을 개최한다. 공연팀, 연출팀, 소품팀, 스냅사진기록팀, 메이크업, 조명팀 등 파트를 나눠 공연을 준비한다.
지난해 초연한 뮤지컬은 ‘떠리 이야기’이다. 홍콩에서 고아로 자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의 이야기로, 길거리에서 방황하다가 쓰러져서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병원에서 아이가 하나님을 만나고 이를 계기로 비록 생명은 잃었지만 사랑을 느끼게 됐다는 줄거리다.
학생들이 대본을 극으로 만들어 동요를 활용해 뮤지컬을 제작했다. 공연시간은 1시간 분량으로, 지난해 12월 하남시 소극장에서 공연됐다.
올 8월 하남시 주최로 하남시장애인복지관에서 열린 명절맞이 장애인 위로잔치에 참여해 초청공연을 하기도 했다. 공연 요청이 있을 때 학생들은 사전 연습을 통해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낀다.
매년 1박 2일 여름캠프를 통해 레저활동 및 친목 도모도 한다. 서로 어색함을 없애고 친해질 수 있도록 외부 강사를 초청해 마음열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양평에서 진행된 올해는 학부모 2명이 보조교사로 참여해 학생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름캠프를 통해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유기감이 형성되고 있다.
이 외에도 서울 혜화동 대학로 및 종로 소극장에서 진행되는 연극·뮤지컬 공연을 관람하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안전교육도 실시하는데, 학기 초 및 여름캠프에서 최대인 교장이 응급구조 및 심폐소생술, 재난강의를 직접 한다.
학생들은 여러 사람 앞에서 공연을 하며 박수를 받고 불우 이웃을 돕는 데 보람을 느끼고 있다. 난타공연을 통해 신나는 리듬과 함께 희열감을 즐기고 있다. 이곳에서 난타를 배운 학생이 교내에서 별도로 학생자율동아리를 개설해 전파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6학년 방선유(13)양은 "부모님께서 추천해서 오게 됐다. 장래희망은 전문경영인이다.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좋고 아무데서 배울 수 있어서 좋다"며 "난타북을 치면서 평상시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전문강사가 와서 여러 가지를 또래 친구들과 배울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이하은(12)양도 "지난해 처음 프로그램에 참여해 올해로 2년 차다. 친구 소개로 알게 돼서 오게 됐다. 난타공연과 댄스가 많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다"며 "꿈의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만족스러워 주변 친구들에게 소개시켜 주고 있다"고 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사진=<경기꿈의학교 ‘아름다운 행위’ 제공>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