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는 여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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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는 여당 국회의원
류권홍 원광대학교 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19.10.28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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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권홍 원광대학교 교수
류권홍 원광대학교 교수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그 사회적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정치인에 대한 언론의 평가나 비판은 어느 정도까지 인정되어야 할까. 최근 자신에 대한 평가나 비판이 본인이 보고 듣기에 과하다고 해서 언론사, 앵커와 패널을 상대로 내용증명을 보내고 손해배상이나 형사고소를 하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사례가 인천에서 발생했다. 언론은 사실의 보도와 평가, 비판을 통해 민주주의의 통제기능을 실천한다. 그것이 언론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의견 또는 사실의 표명에 대해 공권력은 제한할 수 없다는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다. 또한, 표현의 자유는 개인적 자유이지만 동시에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비판·평가를 보장하기 때문에 정치적인 자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개념이나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정치인이 인천의 특정 국회의원만이 아닌듯 하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나꼼수 출신 김어준 씨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조국 일가 의혹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 비판하기를 "언론이 진실인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해서 기사를 써야 하는데 무조건 쓴다. 왜곡해서 쓰면 완전히 패가망신하는 징벌적 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미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보도들은 검찰의 영장청구 및 법원의 영장발부로 인해 상당 부분 그 실체가 인정되고 있다. 그리고 사법기관도 아닌 언론이 어떻게 명확한 진실만 보도할 수 있을까. 아니면 최종적인 사법기관인 대법원 판결이 있을 때까지 언론은 보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가.

과거 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에 대한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박원순 시장의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한다면, 현재까지도 대법원에서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론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언론은 관련 보도를 할 수가 없다. 또한, 최순실 일가에 대한 일부 왜곡된 기사에 대해서는 징벌적 배상을 해야 한다. 이런 분이 정권을 잡게 되면 언론은 징벌적 배상이 무서워서 입을 다물어야 한다. 언론 탄압이고 독재적 발상이다. 무섭다. 원칙적으로 정치인은 특히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은 언론에 대한 평가를 자제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정치인은 판단의 주체가 아니라 비판과 검증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언론에 대해 자의적인 판단기준을 들이대는 순간 민주주의가 위험에 빠지게 된다. 언론에 대한 평가는 정치인이나 집권세력이 아니라 국민들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언론이 허위 보도를 하거나, 악의적인 평가를 한다면 국민들이 해당 언론을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언론의 자유시장이라는 기능을 통한 자정만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1인 미디어 시대에 가짜뉴스가 남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일부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론에 대한 사전 검열을 한다거나 법제도적 제한을 가하는 것은 공권력의 남용이다. 가부장적 언론관으로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가짜뉴스에 대한 판단과 퇴출은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놔야 한다. 물론 언론이나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의 자유인 것은 아니다. 대법원도 타인에 대하여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한 때에 그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혹은 타인의 신상에 관하여 다소간의 과장을 넘어서서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행위로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불법행위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나 공직자 등 공적인 인물의 공적 영역에서의 언행이나 관계와 같은 공적인 관심 사안은 그 사회적 영향력 때문에 광범위하게 공개·검증되고 문제 제기가 허용되어야 하므로, 그에 대한 비판적인 표현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 볼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한 이를 쉽게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거나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은 입법과 국정통제 등에 관한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받고 면책특권을 보장받는 등 통상의 공직자와도 현격히 다른 발언의 자유를 누리는 만큼 그의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 등에 대한 비판도 더욱 폭 넓게 수인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언론에 내용증명을 보낸 인천의 여당 국회의원은 지역 언론을 통제하자는 것일까. 아니면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에 대해 오해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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