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워들은 얘기다. 아니, 정정한다. 들려서 들은(hearing) 게 아니라 귀를 쫑긋 세우고 귀담아 들은(listening) 얘기다. 

얼마 전 진보진영 유명 스피커이자 유튜버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띄우는 ‘헌정방송’에서  꺼낸 말이다. 

당시 유 이사장은 ‘피터의 법칙’이라는 ‘재래식 무기’를 십분 활용해 윤석열 총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유 이사장의 말을 1주일간 소화시킨 끝에 내린 결론은 윤 총장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지적을 우회적으로 한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피터의 법칙은 캐나다 태생의 미국 교육학자 로렌스 피터(Laurence J. Peter)가 1960년대 주창한 경영학적 원칙을 말한다. 제1·2법칙으로 나뉜다. 피터의 제1법칙은 수직적 계층조직에 몸담고 있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능력이 고갈되는(무능이 증명되는) 직위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높다는 이론이다. 즉, 업무성과가 도드라진 직원은 승승장구해 결국 자신의 직무수행 능력과 부합하지 않는 고위직에까지 승진하게 된다는 아이러니를 이름이다.

간혹 출입처에서 특정인을 겨냥해 ‘7급 사무관’이라거나 ‘6급 서기관’이라고 비아냥대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피터의 제1법칙을 적용한 사례다. 직위가 올라갈수록, 달리 말하면 책임 범위가 넓어지고 의사결정 권한이 커질수록 사람들과의 관계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 사고의 깊이, 시야, 눈높이 등등 모든 게 바뀌어야 하는데도 여전히 7급이나 6급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후벼파는 용어다. 하위직에서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던 사람이 갑자기 먹통이 되는 것, 바로 이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당연히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직위를 무능력한 사람들이 가득 채운다면 도대체 그 조직은 어떻게 굴러갈 수 있다는 말인가. 여기서 피터의 제1법칙을 반박하는 제2법칙이 등장한다. 수직적 계층조직에는 아직 자신의 무능이 증명되는(능력이 고갈되는) 직위까지 승진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이론이다.

여하튼 피터의 법칙을 꺼내들지 않고는 ‘현재의’ 윤 총장을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게 유 이사장의 결론이다. 그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보다 ‘자리는 사람을 보여준다’는 말을 신봉한단다. 능력이 안 되면 승진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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