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착같이 삶을 개척한 저를 보면서 양지로 나오지 못한 장애인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합니다."
 

전명희(70·여)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 남양주시지회장의 말이다.

어려서부터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한 그는 정보취약계층인 장애인과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등을 대상으로 ‘교육의 힘’을 실현하고 있다.

그가 장애인들의 정보화교육에 관심을 가진 건 2015년 한 유명 인터넷 쇼핑몰 업체의 사회공헌 프로젝트 ‘나의 왼발’에 참여하면서다. 힘든 과정 속에서 어렵게 홈페이지를 만들어 판매를 시작했지만 제품 포장부터 배송까지 장애인 혼자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전 회장은 판매처를 찾지 못하는 기업인이 있다는 소식에 장애인들이 판매를 대행하는 시스템을 구상하기에 이른다. 특히 어렵게 컴퓨터를 배우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장애인이 개인사업자로 ‘돈’을 벌어 살아가는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장애인들은 자본금이 있어도 물건 떼러 다닐 기동력이나 포장·배송조차 힘들어요. 판매대행을 해서 수수료를 받으면 일석이조라는 생각이었죠."

그렇게 2017년부터 시작된 경기도 시범사업이 지금은 연 1천500여 명에게 컴퓨터 기초부터 중·고급, 쇼핑몰 운영 등을 교육하는 사업으로 확장됐다.

당초 장애인들만 참여했던 사업은 기반이 튼튼했던 남양주에서 소위 ‘대박’이 나면서 올해부터 5개 계층이 포함됐다. 한부모가정 A씨는 월 매출액 2천만 원을 올리고 있는 등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꿈꾸게 하고 있다.

"결과가 바로 옆에서 보이니까 먹고살려고 모두가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요. 교육생 대부분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었으면 해요."

그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시각에 대해 무엇보다 ‘스스로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지금도 휠체어를 타고 길을 나선 그에게 초면부터 반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팡이에 의지해 걸을 때와 휠체어를 타고 나갈 때의 차이도 극명히 달라진다.

하지만 그는 피하지 않았다. 장애인이 집 밖에 나갔다는 이유로 피 맺힐 만큼 혼났던 과거와 달리 지금 세상은 무엇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애인이니까 할 수 없다’는 포기의 삶을 살기보단 충분히 자신의 잔존 기능을 살려 인생을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 회장은 말한다. 고령인 그가 지금도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3학년에 재학하는 이유기도 하다.

"한 번에 그치는 도움보단 장애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절실합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하고요."

그는 현재 화도읍에서 교육받는 장애인 20여 명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자신도 불편한 몸이지만 서로 어울려 먹으려 넉넉히 도시락을 담아가던 마음이 시간이 지나면서 감당하는 게 신기해 보일 만큼 확장된 것이다.

선량(善良)한 마음에 선의(善意)가 모인다고 했던가. 그의 봉사에 화도수동행정복지센터가 적극적인 지원과 지역 자원을 연결하면서 유지될 수 있었다. 시범사업 초기 자신의 가게를 어머니에게 내어주고 길거리에서 장사를 한 아들이 가장 든든한 조력자였다.

전 회장이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한 것도 장애인들이 번듯한 공간에서 교육받고 점심을 먹을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출전도 전에 권리금 없는 가게를 얻어놓은 그는 경기도대회에서 금상을, 전국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그렇게 받은 상금과 격려금을 모아 지금의 작지만 소중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전명희 회장은 "교육의 힘은 충분히 어려움을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된다. 19세의 저를 치료하고 수술해 주셨던 육영수 여사께서 ‘평생 누구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살피고 실천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일상 속에서 온기를 나누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며 따뜻한 미소를 남겼다.

남양주=조한재 기자 chj@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