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금강산 관광사업은 한동안 개성공단 사업과 함께 대북정책과 남북교류협력의 옥동자(玉童子)로 간주돼 왔고, 이 때문에 고향을 떠나온 실향민은 물론이고 남북관계에 관심을 갖거나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들에게 있어 금강산은 ‘한 번쯤은 꼭 가봐야 하는 명소(名所)’로 자리를 잡았다. 이때까지 금강산을 방문한 관광객은 200만 명에 가까울 정도로 증가했으나, 이후 남북관계의 부침(浮沈)에 따라 그 수는 급감해 최근에는 사업 주체인 ‘현대아산’ 및 정부 관계자 이외에는 이곳을 방문한 사람이 전무할 정도로 됐다. 

그러나 지난해 이른바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이 채택된 이후에는 정부는 물론이고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는 "머지않아 금강산관광이 재개될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감이 한껏 커졌으나, 얼마 전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으로 인해 좌초위기에 직면해 있다. 즉 북한의 당 기관지 로동신문(10월 23일자)보도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시설을 현지 지도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여 금강산이 10여년 간 방치돼 흠이 남았으며, 땅이 아깝다고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가운데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금강산이 마치 남북의 공유물처럼, 남북관계 상징처럼 돼 있고 남북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인식"이라 질타하면서도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며,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해 공통된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김 위원장의 발언은 앞으로 금강산 관광사업이 예전과는 전혀 다른 틀 속에서 이뤄질 것임을 예견케 하는 것이기에, 그 사업 주체인 ‘현대아산’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곤혹스러움과 함께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즉 2018년부터 남북관계 훈풍(薰風)이 불어오면서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우선 정상화에 합의함으로써 그 기대감이 한껏 고조됐었다. 

특히 김 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를 통해 "개성공단 남측 기업인들의 고충을 해결하고 민족의 명산을 둘러볼 수 있도록 전제 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를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도 이에 적극 호응함으로써 다른 어떤 때보다 그 기대치가 매우 높았었다. 그러나 지난 2월 제2차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되고 지난달 스톡홀름에서 북·미 실무협상마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종식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금강산발언’이 나오면서 그 앞날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물론 정부에서는 "관광 자체가 유엔 안보리의 제재 위반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관광 대가를 북한에 지급하는 것은 제재를 위반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관광 대가를 현금이 아닌 현물로 지급하는 방안" 등 나름대로의 ‘창의적 해법’을 찾기에 부심하고 있기는 하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최근 ‘조평통’ 등 대남기구를 통해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라고 밝힌 점을 고려할 때, 빠른 시일 내 접점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 보여진다. 결국 북한이 이렇듯 우리 측 일부에서 금강산 관광을 ‘북한의 달러박스’로 비유하면서 북한이 우리보다 이 사업 재개에 더욱 더 애착을 갖고 있을 것이라 단언했던 인식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이었던가를 명명백백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사안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 이럴 때일수록 좀 더 여유를 갖고 북한 스스로가 금강산 관광의 중단 이유가 됐던 ‘관광객 피격사건’에 대한 시인,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할 때까지 보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북한의 추이를 나름대로 분석, 평가하면서 신중하게 대북 접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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