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경으로 보면 깃발이 잘 보일 겁니다."

지난 27일 오후 5시께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연평리 망향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바다를 바라봤다. 망원경을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너른 바다를 헤매다 이윽고 어선떼를 발견했다. 바로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를 달고 있는 어선떼였다. 이날 이 시각 눈앞에 보인 중국 어선은 스무 척가량 됐다. 예전보다 중국 어선들이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수십 척의 중국 어선들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에 출몰해 여전히 조업활동을 하고 있었다.

 해양경찰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서해 NLL 해역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 조업을 한 외국어선은 하루 평균 42척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6척보다 62% 증가한 수치다. 어민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갔다.

 "중국 어선을 볼 때마다 속상하고 속이 쓰리지. 쌍끌이 어선으로 쓸어가니까. 지금이 한창 꽃게 잡을 때인데, 예년에 비해 절반이 뭐야. ⅓ 수준도 안 돼." 한 선주가 말했다.

 가을 꽃게철이 돼 친인척을 도우러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이도 말했다. "중국 어선만 보면 착잡하지. 예전에 수백 척씩 몰려다니는 것에 비하면 중국 어선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아직 수십 척씩 몰려다녀."

 이날 망향전망대에서 중국 어선떼를 보던 박남춘 시장은 "중국 어선을 지켜보는 우리 어민들의 마음이 많이 아플 것"이라며 "남북 공동어로구역이 설정돼 우리 어선과 북한 어선이 이곳에서 고기를 잡으면 중국 어선들이 못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은 내년 총선 때 함박도 관할권 논란을 다시 꺼내려고 하겠지만 분쟁과 냉전을 계속 말하는 것은 우리 어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다시는 이곳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고 평화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과 북은 지난해 11월 1일 땅과 바다, 하늘에서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했다. 서해가 평화의 바다로 거듭났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최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서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이곳에 깃든 평화가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그리고 어민들의 시름이 잦아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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