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아동학대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에서 발생하는 사고부터 가정 내 보이지 않는 폭력까지, 아동학대를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수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인천 역시 아동학대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독 큰 사건이 부각돼 ‘어린이집 아동학대 진원지’라는 오해도 받았다. 인천시는 이러한 오명을 벗기 위해 아동학대 예방 홍보 프로그램부터 부모 교육까지 매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97회 어린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남춘 인천시장.
제97회 어린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남춘 인천시장.

# 주위의 관심이 아동학대를 예방한다

안타깝게도 올해 인천지역 아동학대 상담·신고 건수는 지난해 수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총 2천353건이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미 지난해의 절반이 넘는 1천554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2천79건이었던 아동학대 의심사례도 올해는 6개월 만에 1천364건이 집계됐다.

응급 아동학대 의심사례는 더 급격히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지역 응급 아동학대 의심사례는 이미 지난해(17건)를 훌쩍 넘어선 31건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최종적으로 아동학대 사례로 판단돼 격리조치 등 지원을 받고 있는 아동은 6월 말 기준 889명이었다. 이 수치 역시 지난해(1천133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단순히 지역 아동학대가 늘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최근 아동학대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시민들이 주위 아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과거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 신고를 주저하던 경향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주위 아동의 이상 징후가 보이면 경각심을 갖고 ‘자신의 일’처럼 신고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는 시의 인식 개선활동도 한몫했다. 시는 최근 3년간 신고의무자 교육 프로그램 및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예방교육은 2016년 976건, 2017년 7천595건, 지난해 1만816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도 7월 기준 총 5천636건의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지난해 시가 마련한 군·구별 아동지킴이 순회교육은 총 3천782명이 수강했고, 부모 교육도 지역 어린이집 30곳에서 5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시는 물론 인천시교육청, 각종 아동 관련 기관들이 신고의무자 교육이나 홍보 등에 힘쓰면서 ‘주위의 관심이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공통의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지하철에 부착된 아동학대 예방 홍보물.
지하철에 부착된 아동학대 예방 홍보물.

# 아동학대 예방사업 기반이 된 컨트롤타워 구축

시는 2015년 내실 있는 아동복지 향상을 위해 ‘아동보호시스템’의 보완 및 정비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아동학대 예방사업을 효율적으로 총괄하고 공공과 민간의 업무 중복에 따른 마찰을 해소할 컨트롤타워 구축에 나섰다.

이전까지 아동복지 관련 업무는 시 아동청소년과와 인천시아동복지관으로 이원화돼 있었다. 때문에 신고의무 등의 교육도 일관성이 부족했고,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 갈등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아동복지 관리체계를 아동복지관으로 일원화했고, 사회적 인식 개선 캠페인과 관련 강사 관리 등 아동학대 예방사업은 아동복지관으로 통합했다.

아울러 아동복지에 대한 민관의 역할을 재정립해 업무 중첩으로 빚어지는 갈등을 줄이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현장 출동과 아동 상담 등 직접적인 피해 아동 보호서비스는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등 민간에서 지원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과 민간기관 활동 지원 등 시의 아동학대 예방사업은 아동복지관이 맡는 것으로 정리했다.

이는 신고의무자 교육 및 각종 홍보·캠페인에 대한 연차별 계획 수립이 가능해져 매년 실적이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3개년 계획 등 중장기 교육계획 수립은 물론 명확해진 업무 경계로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과의 교육업무 협업도 훨씬 수월해졌다. 세부적으로는 각 동 주민센터나 자생단체 모임 등 소규모 일반 시민 그룹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교육서비스’ 및 부모 교육을 제공할 수 있었다. 결국 역할 분담 및 재정립을 통한 컨트롤타워 설정이 시 아동학대 예방사업의 진전을 가져왔다는 평가다.

# 2019년 시 아동학대 예방사업 계획

시는 올해 ‘아동행복 실현하는 아동안전도시, 인천’을 목표로 각종 아동보호체계 강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아동학대 예방 및 조기 발견 강화, 피해 아동에 대한 신속하고 지속적인 보호·지원 등 효율적인 아동보호체계를 운영하고자 한다.

올해 아동학대 예방사업은 크게 ▶아동학대 조기발견체계 기반 조성 ▶아동학대 예방교육 전문성 강화 및 교육 확대 ▶아동학대 예방 홍보 효율화 ▶아동보호관련기관 지원 및 관리 등 4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인천시 찾아가는 어린이집 방문간호사 사업’.
‘인천시 찾아가는 어린이집 방문간호사 사업’.

시는 아동학대 조기발견체계 기반으로 ‘e아동행복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아동학대 발생 후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학대 근절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회보장빅데이터를 활용해 위기아동을 선제적으로 예측·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총 152개 읍면동에서 선별한 위기아동 예측 가구를 대상으로 정보 수집, 방문 확인, 사례 관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읍면동별로 아동학대 의심가정이나 피해 아동을 발굴하는 ‘우리마을 아동지킴이’도 확대 운영된다.

아동학대 예방교육 전문성 강화 등을 위해서는 강사풀 확대에 나선다. 강사는 크게 ‘아동학대 예방강사’와 ‘부모교육강사’로 구분되며, 일정 자격 기준을 갖춰야만 활동이 가능하다. 이들은 신고의무자 교육과 부모 교육을 비롯해 아동권리와 아동학대 사례 소개, 관련법·제도·정책 안내 등의 역할을 맡는다. 지난해까지 아동학대 예방강사는 55명, 부모교육강사는 15명이었지만 시는 올해 부모교육강사를 3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외에도 시는 효율적인 아동학대 예방 홍보를 위해 아동학대예방주간 캠페인 추진, 대중교통 및 SNS 등 시민들이 접하기 쉬운 광고매체 활용, 대학생 서포터스 구성 및 운영 등을 실시하고자 한다. 아동보호관련기관 지원 방안으로는 예산 지원 및 아동보호전문기관 증설 검토, 학대피해아동 쉼터 운영 지원 등이 있다.

시 관계자는 "특히 아동학대 중 부모에 의한 학대, 만 6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학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영·유아 성장·발달에 맞춘 부모 교육을 확대 운영하고자 한다"며 "특화된 강사풀 운영으로 교육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각종 홍보 및 아동보호전문기관 협의체 운영을 통한 현안 공유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사진=<인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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