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 창비 / 1만4천 원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누적 조회 수 40만 건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장류진 작가의 등단작 「일의 기쁨과 슬픔」이 첫 번째 소설집으로 나왔다. 이 책은 주로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8편의 소설들이 수록됐다. 

회사에서 운영 중인 중고 거래 앱에 글을 도배하다시피 하는 ‘거북이알’의 정체를 알고자 만남을 가진 나. 카드회사 공연기획팀 소속으로 유명 뮤지션의 내한공연을 성사시키고 특진을 약속받았으나 개인 SNS에 공연 소식을 가장 먼저 올리지 못해 토라진 회장의 심술로 월급을 카드 포인트로 대신 받은 기막힌 사연을 알게 된다. 이후 자본주의 시스템을 영리하게 활용해 나름대로 생활을 꾸려 나가는 ‘거북이알’의 사연을 담은 표제작 「일의 기쁨과 슬픔」은 담백하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소설이다. 자신을 짓누르는 외부의 압력 아래서도 어느 몫의 자유와 행복만큼은 결코 빼앗기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의 활력과 당당함을 형상화한 듯한 인물들이 이 매력적인 소설집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와 분위기를 자아낸다.

결혼식을 3일 앞둔 날, 3년간 교류가 없었던 직장 동기 빛나 언니의 연락을 받고 청첩장 약속을 잡게 된 이야기를 담은 「잘 살겠습니다」에서는 빛나 언니의 독특한 캐릭터가 흥미롭게 그려지는 한편, 주인공이 그녀를 지켜보며 심경 변화를 겪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전개된다. 또 애써 마련한 집을 더 잘 관리하기 위해 민망함을 무릅쓰고 가사도우미 아주머니를 고용하면서 각자 자신이 노동자이되 고용관계·계층·세대·종교 등 여러 면에서 대비되는 독특한 관계가 돋보이는 「도움의 손길」에서는 주제의식을 뚜렷하게 읽을 수 있다.

「탐페레 공항」은 오랫동안 다큐멘터리 피디의 꿈을 품어왔지만 별 볼 일 없는 스펙으로 실패해 온 청춘의 이야기다.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길에 잠시 경유한 핀란드의 탐페레 공항에서 주인공은 100살쯤 된 핀란드 노인과 짧지만 멋진 인연을 맺게 된다. 그에게서 온 편지에 반가움을 느낀 것도 잠시, 취업준비생 신분으로 매일 반복되는 분주함과 불안감 속에서 답장할 겨를이 없어진 노인의 편지는 이내 불투명한 미래를 더 가혹히 체감케 하는 짐이 된다. 꿈을 포기하고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에게 짠하게 공감하다가 결국 허락된 아름다운 장면에 뭉클해지는 작품이다. 

이 책은 각자의 애환이 담긴 직장생활의 디테일을 대단히 실감나게 그려 냈다. 나아가 일상의 무게에 힘겨워하는 청년들의 아픔을 세심하게 다루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반짝이는 우리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아름답게 담아낸다. 지금 우리의 모습을 긍정하고 응원해 주기도 하면서, 또 기민한 시각으로 발견해 낸 이 사회의 단면들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그려 낸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이별의 푸가
김진영 / 한겨레출판사 / 1만4천 원

‘우리는 왜 헤어져야 했을까.’

책 「이별의 푸가」는 짧은 글로 쓰인 86개의 단상을 통해 우리를 이별 속으로 끌어당긴다. 사랑의 단상을 품고서 ‘사랑의 끝은 이별인데, 이별의 끝은 어디인가?’라고 질문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이별의 주체란 이렇게 만나고, 스치고, 이름 불리고, 사랑을 하고, 완전히 쓸모가 없어진 뒤에야 비로소 될 수 있다. 이별은 사랑이 패배와 배신으로 건너가는 분기점이며 동시에 사랑이 그 운명으로부터 구원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86개의 단면들은 하나의 선율을 따라 모방하듯 서로 쫓고 쫓기며 이별이 가진 일상성을 철학적 성찰의 지점으로 데려간다. 이별이 흘리는 슬픔과 외로움과 애태움과 아픔은 어느덧 침묵과 적요로 바뀌어서 ‘왜 이별해야 했을까?’라는 개인적인 질문에 ‘이별은 무엇인가?’라는 보편적인 고민을 더한다. 이별하는 연인들이 고통과 이별을 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하는 일상의 무거운 면면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롤랑 바르트와 프루스트, 아도르노, 한트케, 파스칼 등의 글과 말을 연결시키며 이별이 가진 이미지와 개념을 더욱 풍부하고 다채롭게 건넨다. 

고고학의 역사
브라이언 페이건 / 소소의책 / 2만3천 원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약 250년 전에 탄생한 고고학의 출발점부터 전 세계적인 학문으로 자리잡은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한눈에 조망하게 해 준다. 

고고학이 학문으로 태동하던 18세기에서 시작해 고고학사에서 중요한 발견이나 발굴, 새로운 전환점이 된 학설이나 체계, 기술 등의 역사를 40개 챕터로 나눠 이야기하며, 유명한 고고학자들의 업적을 바탕으로 우연한 관찰로부터 21세기의 체계적인 연구조사단에 이르기까지 고고학의 역사를 말한다. 300만 년이 넘는 인류의 뿌리를 찾아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에 나선 사람들, 고고학사에서 중요한 발견과 발굴, 새로운 연대측정법의 개발, 오랫동안 잊힌 과거 사회의 모습과 보존 노력 등에 관한 이야기를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들려준다. 

국내 독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세계적인 고고학자 브라이언 페이건은 고고학의 핵심을 ‘인간’이라고 말한다. 고고학이야말로 수백·수천 년, 그리고 엄청나게 오랜 시간 동안 인간 사회의 변화를 연구하는 단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인간의 생태학적·문화적인 다양성을 이해하는 교양의 토대가 돼 줄 것이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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