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누구나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사람으로, 매력이 더 넘치는 사람으로 변화되기를 바랍니다. 특히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은 매력을 갖춘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변화에 대한 갈망이나 노력은 그때뿐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곤 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나’로 변화될 수 있을까, 그러려면 무엇이 ‘나’에게 필요한 것일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주는 것이 많아 행복한 세상」이라는 책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두 명의 신부님이 쓴 이 책에는 험악한 외모에 포악한 성격을 가진 남자가 아름답고 순결한 여인을 사랑하게 된 사연이 나옵니다.

여인은 남자의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도 마음에 들지 않아 그의 청혼을 거절했습니다. 남자는 슬픔과 고민에 쌓였습니다. 고민 끝에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인자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가면을 쓰고 여인에게 다시 접근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남을 지속한 끝에 결국 결혼했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어느 날, 여인의 지인이 찾아와 남편의 과거를 말해줬습니다. 지금 남편의 모습은 모두 거짓이고, 당신을 속이려고 가면을 쓰고 있다고 폭로해버린 겁니다. 화가 난 여인은 남편이 들어오자 그 자리에서 가면을 벗겨버렸습니다. 남편의 맨얼굴을 본 여인은 무척 놀랐습니다. 지인의 말대로 남편의 얼굴이 험악하고 무섭지 않았던 겁니다. 오히려 인자하고 아름다운 모습의 얼굴이었습니다. 

익숙함은 편안함을 주지만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낯섦은 불편함을 주지만 그때 비로소 변화의 조짐이 일어납니다.  그 불편함마저 기꺼이 그리고 즐겁게 맞이하는 노력이 뒤따를 때 비로소 변화됩니다. 사랑이 그렇게 만드는 겁니다. 여인에 대한 그 사랑이 결국 청년의 얼굴 모습마저 바꾸어놓은 겁니다.

정채봉 시인의 산문집 「나는 너다」에 태풍을 만나 난파된 배에서 일어난 기적 같은 감동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요동치는 파도에 두어 시간 휘감기자 기관실도 무전기도 불통이 됐고, 배는 표류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양식도 물도 줄어만 가는데 구조선이 나타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부상을 당해 앓고 있던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러나 남은 사람들은 입이 하나 줄어든 것에 대해 차라리 안도합니다. 누가 빵 한 조각, 물 한 모금 더 먹는가에 눈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들 중에 임산부가 있었는데 마침 그 여인이 아기를 낳았습니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의 눈이 번쩍입니다. 사람들은 모처럼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가 죽더라도 저 아이만은 살리자!" "저 아기에게 육지의 꽃과 평화를 맛보게 해주자."

사람들은 저마다 숨겨둔 낚싯바늘을 내놓고, 누군가는 낚싯줄을, 누군가는 미끼를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힘을 모아 고기를 잡아 산모를 먹였습니다. 또 한 사람이 죽어갔습니다. 사람들은 슬픔에 차서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옆 사람을 원수처럼 여기던 사람들의 얼굴에 평화가 깃들었던 겁니다. 물 한 모금도 아기를 위해 양보하자 기쁨이 일었습니다. 산 자들은 조각난 판자로 노를 만들어 저었습니다.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자신이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아기를 뭍에 닿게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나 혼자만 살겠다는 생각을 가졌을 때는 모든 사람이 원수처럼 여겨지지만, 아기만이라도 살리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모든 사람이 친구로 보입니다. 이것이 사랑이 주는 놀라운 기적입니다.

청년의 흉측한 외모나 거친 성격이 아름답게 변할 수 있었던 것이나 난파선에 몸을 담고 있던 사람들이 사력을 다해 노를 저을 수 있었던 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과 갓 태어난 소중한 아기인 ‘너’를 위해서였습니다. ‘너’에 대한 사랑은 이렇게도 ‘너’를 살리는 동시에 ‘나’를 성장시키는 놀라운 기적과 감동으로 화답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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