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청년예술인들의 유출이 지역 대학의 졸업작품전시회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지역 예술 기반이 약하다는 인식과 전시장소의 한계가 더해져 학생들은 비싼 비용을 부담하고서라도 서울행을 택한다.

31일 인천의 A대학교에 따르면 11월 조형예술을 전공한 학생들의 졸업작품전시회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개최한다. 같은 대학의 디자인 관련 학과는 이미 지난 6월 인사동에서 졸업작품전을 진행했다.

B대학은 조형예술 2개 전공 중 한 곳은 서울에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고, 디자인학부도 11월 중 인사동에서 졸업전시를 열 예정이다. C대학 역시 조형예술대학 5개 학과 중 3개 과가 서울에서 전시회를 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등 지역 대학의 예술학도 상당수가 인천이 아닌 서울에서 졸업작품전을 여는 상황이다.

인천에서 최소 4년 동안 학교를 다닌 이들이 서울로 나가는 것은 홍보 효과와 접근성을 높이려는 이유가 가장 컸다. 미술계의 주요 관계자나 기관, 미술전문지 등이 대부분 서울에 있어 비교적 주목도가 높다는 것이다. 또 전시회장이 모여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지하철역과 가까운 것도 장점이다.

이에 비해 인천은 예술 기반이 약하다는 인식이 크다. 여전히 많은 청년예술가들이 활동의 폭이 넓고 인정받을 수 있는 서울에서 시작하기를 원하고 그 상징으로 인사동을 선호했다. 여기에 학생들이 원하는 분위기와 규모의 전시회장이 부족하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인천아트플랫폼에서도 대관을 받지 않아 외부 유출을 더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이곳에서 졸업전시회를 연 대학 등에서 문의가 있었지만 하반기 자체 전시 일정으로 사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문화예술계 청년들은 학생들이 서울로 가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지역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술학도들이 타 지역으로 가는 것은 장기적으로 인천 문화예술 발전에 영향을 미치고, 시민들이 예술 콘텐츠를 접할 기회 역시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예지 인천청년네트워크 문화활성화분과 위원은 "인천에 시립미술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학생들이 서울에서 전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 번도 논의해 본적이 없다"며 "학생과 교수, 지역 예술인, 기관들이 모여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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