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내년 4월 15일 실시된다. 또다시 선거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선거가 5개월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내 스마트폰 메시지함과 이메일 수신함에는 정치인들이 보내온 각종 소식들이 가득차기 시작했다. 평소 자주 연락하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몇 년 만에 소식을 전해오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보통 4년에 한 번 이 같은 패턴이 반복되지만 일부는 2년 단위로 연락을 해오는 경우도 있다. 그때는 지방선거 계절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정부가 2030년까지 수도권 대도시 광역 거점 사이 통행 시간을 30분대로 줄이는 ‘광역교통 2030’ 비전을 발표했다. 수도권을 비롯한 5대 광역도시권의 만성적인 교통난을 해소할 청사진을 내놓은 것이다. 

수도권 서부지역에 광역급행철도(GTX)를 건설하고, 서울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 지하 40m 아래에 대심도 지하도로를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기존 광역철도 노선인 4호선 과천선 등에 급행열차를 도입하고 인덕원∼동탄 등 신설노선에는 처음부터 급행열차가 다닐 수 있게 만든단다. 기존 간선급행버스(BRT)보다 빠르고 수송능력이 뛰어난 고속 BTX도 도입된다. 현재 서울∼경기를 오가는 직장인들은 출퇴근 시간으로만 하루 평균 133분이 걸린다. 전국 평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대상 31개국 가운데 가장 길다. 이번 정부 발표대로 대도시 광역교통망이 차질없이 구축되면 포화 상태의 수도권 교통은 확실히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돈이 문제다. 정부의 계획을 완성하려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광역교통망을 건설하려면 철도만 해도 매년 10조 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 그 돈을 어떻게 조달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이나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막연한 기대만 심어주는 ‘희망 고문’에 그칠 수 있다. 광역교통망 확충은 사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아무리 대통령 공약이라 할지라도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는 ‘희망 고문’을 총선을 앞둔 이 시점에 발표하는 것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총선용 공약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실무 설계와 재원 조달 계획부터 보다 꼼꼼하게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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