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목 PEN리더십 연구소 대표
홍순목 PEN리더십 연구소 대표

우리나라 기업은 재벌이라는 형태에 오너 체제로 발전해 왔고 대한민국의 경제 부흥을 이뤄왔다. 전문경영인 체제와 달리 오너 체제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책임의식 그리고 애사심을 강점으로 갖고 있다.

하지만 창업주로부터 2세 3세 경영체제로 이어지면서 과거에 보여주었던 오너 체제의 장점은 희석되고 있다. 

심심치 않게 언론에 오르내리는 오너 일가가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킴으로써 해당 기업의 경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다반사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고 주주의 입장에서 보자면 오너든 전문경영인이든 기업 본연의 역할인 이익 창출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활동보다는 오너 일가의 개인적인 일에 중점을 둘 때 경영학에서는 대리인 비용이라고 한다. 미디어 발전과 기업 이미지가 기업의 경영 활동에 큰 영향을 끼치는 현대사회에서 매출과 그에 따른 비용이라는 눈에 보이는 계량적인 것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계량적인 요인이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향성 때문에 경영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와 같은 비계량적인 요인들을 찾기 위해 분주히 노력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경영 세습을 우선에 둠으로써 해당기업의 가치를 현저히 훼손했다는 의혹을 받는 삼성그룹의 경우와 기업의 인적 물적 자산을 기업 총수의 개인적인 일에 투입함으로써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한진그룹의 예가 대리인 비용의 좋은 예라면 예가 될 것이다.

국가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층 이해만을 위한 국가정책을 구사한다든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실험적 정책을 통해서 국민들의 민생을 더 어렵게 해 온 것 그리고 전문 외교관을 배제한 주요국 대사 임명 등 비정상적인 외교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외교 영역이 무역과 경제 영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한 것은 대한민국이 갖는 대리인 비용의 대표적인 사항이다. 

지방차지단체의 장도 예외일 수는 없다. 자신의 집무실을 호화롭게 꾸미고 필요 이상 거대한 관사를 새로 짓는 등의 문제도 있었지만 예산 편성과 집행자로서 오로지 시민의 복지와 안전을 위해 집행해야 할 예산을 자신의 재선을 위한 선심성 퍼주기 예산을 위주로 편성 집행함으로써 대다수 시민들에게 돌아갈 가치를 저하시키는 것임을 지적하고 싶다.

국회 역시 국회의원이 본연의 업무인 민생의 구제 경제를 살리기 위한 법안의 제개정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국회의원 정원을 늘리고 세비를 인상하고 사무실을 늘리는데 더 관심을 두고 있다면 대한민국 국민은 대리인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검찰청 검사장이 법에 없는 관용차량을 이용해 왔다는 지적과 선거 후 보은 차원에서 낙하산으로 임명된 공기업 사장이 자신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를 위해 사업을 만들고 일을 몰아줬다는 언론 보도 등을 보면 공직자의 윤리의식이 과연 존재하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 많다.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인가? 대통령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 일명 공수처에 집착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법은 옥상옥을 두는 것과 같다. 대통령의 접근 방법대로라면 공수처를 감시하는 또 다른 조직을 계속 만들어 나가야 한다. 오히려 대통령은 임명 단계에서부터 제대로 된 인사를 세우는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지켜 나가야 한다. 코드인사, 보은인사 등의 관행을 버리고 음지에서 실력을 키우고 있는 인재를 널리 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들은 고위 공직자와 선출직에 대해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선거를 통한 선출 단계에서부터 이런 저런 시류에 휩쓸린다든지 지역과 학연에 기반한 투표에서 벗어나 진정한 일꾼을 책임감을 갖고 선출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자국 우선주의로 방향을 틀고 있는 강대국들의 준동으로 대한민국의 미래가 흔들리고 있다. 어제의 우방이 오늘의 적대적인 관계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요즈음 대통령으로부터 일반 국민들에 이르기까지 현명하게 현안을 풀어나가기 위한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작금의 상황이 대리인 비용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때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